골프대회 후원·공익연계 금융상품 등 사회공헌 포함
은행권, 3년간 10조 이상 '사회공헌 프로젝트' 발표
금감원 "은행권 사회공헌 이행 목록 구체 점검하겠다"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사회공헌과 관련 지원내역을 면밀히 파악하라고 지시하면서 은행들의 기존 사회공헌 내역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부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동과 관련 '생색내기'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존 은행권 사회공헌 사업의 실효성을 들여다보기 보단 향후 3년 간 10조원 이상 지원을 발표한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2020년 은행 사회공헌 활동 보고서'를 통해 한해 사회공헌활동 총 금액은 1조919억원, 3개년 누적 사회공헌활동 총 금액은 3조2183억원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사회공헌 주요 활동 중에는 '메세나(문화예술·스포츠 등에 대한 지원)' 사업이 포함되는데, A은행의 경우 아마추어 골프대회 후원을 사회공헌 사업으로 소개했다. 은행권 메세나 항목에선 비인기 스포츠 종목 투자, 마라톤 대회 후원 등 스포츠 행사 지원 등이 주를 이뤘다.
2020년 은행 사회공헌 활동 보고서 [표=은행연합회] |
B은행의 경우에는 ▲지역 스포츠 대회 및 공연·전시회 후원 ▲문화·예술 단체 및 시설 지원 ▲테니스 원포인트레슨 재능기부 등에 사회공헌 활동으로 57억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C은행은 친환경제품 생산 기업 지원 등도 주요 사회공헌 활동으로 명시했고, 모 인터넷은행의 경우 유기 동물 구조 활동을 사회공헌으로 잡았다.
특히 은행권의 공익연계 금융상품의 경우 메세나·환경 등의 카테고리를 입혀 사회공헌, 사회환원으로 분류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업종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영업 활동의 일환이 사회공헌으로 그린워싱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금융상품에 친환경, 탄소절감 등의 컨셉을 앉혀 판매를 하는 것이 사회공헌활동으로 보긴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도 "은행에서 전에는 비용으로 잡았었는데 사회공헌적인 성격이 있으면 그것을 사회공헌사업으로 하고 숫자를 처리한 것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생색내기에 불과한 거 아니냐, 원래 하던 사업을 사회공헌 이름으로 포장만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지원내역을 면밀히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은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의 지원내역을 면밀히 파악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은행연합회는 향후 3년 간 취약계층 등을 위한 10조원 이상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15일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은행권은 공동 사회공헌사업 자금 5000억원을 활용해 저소득·저신용자 등에 3년 동안 약 3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보증지원 확대,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 등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원장님 말씀은) 의례적인 행사를 지원한다든지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업이 아닌 매년 똑같은 지원을 하는 생색내기 등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사회공헌이라고 할 수도 없는 사업들을 잘 살펴 취약계층 등 필요한 사람들한테 공헌이 되는지 챙겨보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기존 은행권 사회공헌은 자발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은행감독 법규에서 사회공헌 관련해 유효성을 본다라는가 그런 것은 없었다"며 "이번에는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수익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사회환원을 얘기한 만큼 목록들을 점검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