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50억 뇌물 '무죄' 판결에 비판 여론 확산
검찰, 항소심 대응 인력 늘리고 총장 대면 보고
법조계 "50억 클럽 수사로 대가성 밝혀야"
김학의 불법출금 '위법성' 인정…유죄 가능성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1심이 무죄 판결을 내리자 국민적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재수사의 필요성을 밝혔지만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기부금 횡령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 주요 사건에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은 죄에 상응하는 형이 내려지도록 하겠다며 항소에 나섰지만 수사력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을 돕고 아들을 통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2.08 hwang@newspim.com |
◆ 곽상도 '부정한 청탁' 입증이 관건…"50억 클럽 들여다봐야"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곽상도 전 의원 등 최근 주요 재판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항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법원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받은 50억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김씨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를 제공한 대가인 50억을 아들 퇴직금 형식으로 받았다고 보고 그를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으나 무죄로 봤다. 뇌물 제공 혐의를 받는 김씨 또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곽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김씨로부터 받은 퇴직금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하다"면서도 "알선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곽 전 의원의 아들이 결혼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공동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고 항소심 재판에 투입할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적 공분을 의식한 듯 이원석 검찰총장은 "국민들의 염려를 잘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1심 판결 분석 내용과 향후 수사 계획을 직접 대면보고 받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또한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 공분에 공감한다며 "항소심에서 바로잡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부정한 청탁' 대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것 또한 청탁의 대가가 입증돼야 가능하다"며 "항소심에서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로 뒤집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전 수사팀이 곽 전 의원 외에도 '50억 클럽'에 대해 폭넓은 수사를 진행했다면 청탁 대가 입증이 수월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특검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다면 김만배 씨의 청탁 혐의를 밝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활동 당시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이날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사기, 업무상 횡령, 배임 등 8개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게 벌금형 1500만원을 선고했다. 2023.02.10 mironj19@newspim.com |
◆ 윤미향 기부금·김학의 불법출금도 '무죄'
국민적 관심이 컸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정의기역연대 자금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서도 법원은 일부만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윤 의원에게 적용된 8개 혐의 중 업무상횡령 혐의만 일부 유죄로 판단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재판부는 "자금의 사용 시기와 횟수, 금액, 사용처 등을 고려할 때 직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며 "열악한 사정에서 근무하면서 유죄로 인정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이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본인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요즘 판·검사는 정의의 수호자라기보다 셀러리맨으로 되어 버려서 보기 참 딱하다"며 정신대 할머니를 등친 후안무치한 사건이라고 그렇게 언론에서 떠들더니 언론의 오보인지 검사의 무능인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출국 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의 수사무마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또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긴급 출국금지가 위법했다고 보면서도, 긴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의 뜻을 밝힌 상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불법 출국금지의 위법성은 인정했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