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까지 종로구 가회동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서울 종로구 가회동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은 2023년 첫 특별 기획전으로 유쾌한 반전을 담아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우리 시대의 욕망을 표현한 현대미술 작가 이흠과 제제, 김지민의 컬렉티브 전시 <SUGAR, YES PLEASE! : sweet savory sensation >을 2월 2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극사실적(hyper-realism) 묘사가 돋보이는 이흠의 회화, 중독된 소비 행태를 어린아이의 형상을 통해 표현한 제제의 조형, 물질주의 시대의 초상을 보여주는 김지민의 설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전시 전경 [사진=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2023.02.13 digibobos@newspim.com |
이흠은 '달콤한 것'의 물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캔버스 너머의 비물질적이고 순수한 형태의 공간을 창조한다. 세밀하게 묘사된 작품은 우리에게 충분한 미메시스(mimesis, 재현)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맑고 영롱한 빛깔과 생생한 질감의 표현이 포토-리얼하게 묘사됨과 동시에 우연적 효과를 극대화하여 만들어낸 추상적 형태는 실재와 실재하지 않는 틈 사이 작가의 순수한 기억의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피어나는 색채의 아지랑이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 사탕 하나에 행복했던 기억이 시각을 넘어 오감을 타고 확산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이흠 작가 전시장면 [사진=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2023.02.13 digibobos@newspim.com |
제제의 작품에는 아이스크림과 도넛, '달콤한 것'을 손에 든 어린아이의 신체 위로 강한 텍스트와 낙서 같은 이미지들이 흐른다. 실존을 위한 물질주의에 피로감을 느낀 작가는 그가 마주한 물질에 대한 탐욕과 중독된 소비행태를 아이의 형상을 통해 거침없이 풀어놓는다.
아이의 본래의 성질 그대로를 담은 조각은 한눈에 귀여운 느낌을 전하지만 혈색 없이 굳게 다문 입술과 무표정한 얼굴, 경직된 동세는 현시대의 인간과 물질 사이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다채롭게 도색이 된 단단한 표면 위의 낙서와 드로잉은 시대와 환경의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현대인 내면의 다양한 가치 충돌의 즉흥적 표출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제제 작가 작품들 [사진=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2023.02.13 digibobos@newspim.com |
김지민은 유명 브랜드를 이용하여 인간의 욕망을 주제로 한 조각과 설치 작업을 보여왔다.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인 '만족이'는 욕망의 아이콘이자 우리를 비추는 거울로서 작용하는데 단순하면서도 정교하게 완성된 입체적 조각은 현대의 순수하고 달콤한 욕망을 솔직하게 들어내며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김지민 작가 전시장면 [사진=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2023.02.13 digibobos@newspim.com |
우리는 자본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소비를 하며 만족을 느끼면서도 같은 순간에 덧없음과 허망함을 느낀다. 우리는 작품 안에서 김지민 작가 특유의 회화적 어법인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서로 합쳐지며 만들어내는 반전을 느낄 수 있다.
은유적이며 유쾌한 반전을 담은 세 작가의 작품은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우리 시대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의 소비 미학과 물질주의를 감각적으로 비튼 반전은 숨 쉴 틈 없이 변화하는 외부의 자극에 지친 우리에게 해학적 감상과 불순물 없이 감미로운 쾌감을 선사한다. 작품의 원초적인 미적 감동에 빠져 있는 동안 그 이면에 숨겨진 펀치라인(Punch-Line)은 우리를 현실의 세계로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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