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차·마힌드라 때는 의사결정 수개월 걸리기도"
평택 공장에 주 1~2회 출근, 신속한 미래투자 원동력
인수합병 통한 기업 회생 경험, "소명감으로 임할 것"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최근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핫한 사람은 곽재선 쌍용자동차 회장(KG그룹 회장)이다. 그동안 두 번의 법정 관리와 상하이차·마힌드라 등 외국계 기업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청산까지 언급됐던 쌍용차는 지난해 4분기에 24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하면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곽재선 회장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곽재선 KG그룹 회장. 2022.08.26 pangbin@newspim.com |
9일 쌍용차에 따르면 곽 회장의 리더십은 소통과 빠른 의사결정을 핵심으로 한다. 과거 외국계 기업 소유 때는 중요한 투자나 의사 결정이 몇 달씩 걸리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무엇을 하나 하려면 본사에 가서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사회를 열어서 해야 해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길었다. 무엇을 하려고 하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라며 "곽 회장은 본인이 평택 공장에 출근해 회의를 주재하며 필요하면 당장 결정한다. 판단이 빨라진 것이 다르다"고 했다.
곽 회장도 지난해 9월 19일 KG그룹 홈페이지 내에서 매달 올리는 '곽재선의 창'에서 "오랫동안 인도·중국 등 외국계 회사가 경영을 맡아 해오다 보니 어떤 일을 지시받고 확인하고 공유하는 과정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보통 2~3개월쯤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하더라"라고 기업문화의 차이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회사에서 3개월 전 발생한 일을 매번 오늘 해결했다면 똑같은 업무를 3개월 기한의 마지막 날에 처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일이 줄어드느냐? 그것도 아니라 그냥 3개월씩 계속 밀리고 늦춰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곽 회장의 리더십은 고객이 자동차 업체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인 신차 및 미래에 대한 투자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사진= 쌍용자동차] |
최근 쌍용차의 좋은 성적은 토레스의 좋은 평가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쌍용차는 토레스 전기차 버전인 U100을 오는 3월에 있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최초 공개할 예정이다.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이지만 U100은 전기차에 걸맞는 여러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2024년 양산을 앞둔 정통 SUV인 KR10도 준비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와 함께 "최근 흐름에 맞춘 전동화 모델들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베터리 업체인 BYD와 함께 개발한 배터리팩이 준비돼 안정성에서 문제가 없다"면서 "픽업트럭 모델 등이 중심이지만,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두번 이상 평택 공장으로 출근하고 임원 뿐 아니라 쌍용차의 현장직원 등 각계각층과 만나 소통하는 것도 쌍용차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부분이다. 쌍용차 직원은 "회장이 고위직만이 아니라 계층별로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들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여러 어려운 기업들을 인수합병을 통해 살려낸 곽 회장의 소명의식도 한 몫을 한다. 곽 회장은 그동안 아픈 기업들을 낫게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말을 주변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KG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곽 회장은 쌍용차 인수 당시 "나는 쌍용차를 인수했다기 보다 내가 쌍용차에 취직했다"라며 "사명감을 넘어 소명감으로 이 회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오랜 부침을 겪으며 중환자가 된 쌍용차를 온전한 기업으로 만드는 것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곽 회장은 '곽재선의 창'에 쓴 글을 통해 "내가 하는 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한번 시도도 해보지 않고 '난 못 한다'고 포기하고 한번 나서보지도 않은 채 '거기까진 무리야'라고만 말한다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그냥 내버리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러 부침을 겪으며 위기가 일상화된 쌍용차에 곽 회장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올 3월부터 KG모빌리티로 이름을 바꾸게 될 쌍용차가 곽 회장의 리더십에 힘 입어 정상화를 넘어 국내 완성차 업계에 충격을 주게 될지 주목된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