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인플레 시작, 경제 25% 차지하는 상품 섹터서"
"노동시장 계속 강력하면 금리 예상보다 높아져야 할 수도"
파월 발언 "도비시하게 시작, 매파적으로 마무리" 평가도
[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이번 주 '최대 이벤트'로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예상만큼 매파적이지 않았고 시장은 안도했다.
의장의 발언을 기다리며 하락 출발했던 미 증시의 주요 지수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시작됐다"는 의장의 발언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장중 최종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에 지수가 일시 반락하기도 했으나 시장에서는 이날 의장의 발언을 대체로 '도비시(완화적)'하다고 받아들였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장중 고점을 기록한 나스닥100 지수, 자료=블룸버그 통신] koinwon@newspim.com |
◆ "디스인플레 시작...경제 25% 차지하는 상품 섹터에서 시작"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 행사에서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과의 대담을 가졌다. 의장의 발언에 앞서 나온 미국의 강력한 1월 고용 지표에 시장에서는 의장이 매파적 색채를 다시 드러낼 가능성을 우려했고, 높아진 경계감 속에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하며 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는 2월 FOMC에서의 발언을 재차 되풀이했고 시장은 안도했다.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으며, 미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상품 섹터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낮아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올해는 아니지만 내년에는 2%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이) 매우 초기 단계"라면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의장의 발언이 나오기 전 하락하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나스닥100지수는 장중 고점을 기록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 발언 이후 5bp(1bp=0.01%포인트) 밀리며 4.42%로 내려섰다. 시장의 올해 6월 최종금리 전망도 5.13%로 내려갔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장중 고점을 기록한 나스닥100 지수, 자료=블룸버그 통신] koinwon@newspim.com |
◆ "노동시장 계속 강력하면, 금리 예상보다 높아져야 할 수도"
또 이날 의장은 1월 고용 지표 호조를 예상했는지 묻는 루벤스타인 회장의 질문에 1월 고용이 그처럼 강력할 걸로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고용 시장이 여전히 '극도로 강력하다(extraordinarily strong)'고 평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고용 상황이 이어지면 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져야 할 수도 있다"며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을 시장에서는 최종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석하며,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시 반락하기도 했으나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어 의장은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하다(ongoing increases in the target range will be appropriate)'라는 2월 FOMC 성명서의 문구를 되풀이하고, 아직 기준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 헤드인 닐 두타는 블룸버그 통신에 "이날 파월의 의장은 도비시(완화적)으로 시작해서 다소 매파적으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직 연준은 근본적인 전망은 바꿀 준비가 돼 있지 않지만, 파월 의장은 고용 시장이 강력하면 시장에 반영된 것보다 연준이 더 많은 것을(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면서 "이제는 데이터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 시점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1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시작됐다"고 말했고 시장은 이를 연내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이틀 뒤인 3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수가 51만7천명으로 시장 전망을 세 배 가까이 상회했고 실업률도 3.4%로 수십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고용 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였다.
예상보다 강력한 고용 발표에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고 랠리도 주춤해졌다.
이날 파월의 발언에 앞서 일부 연준 인사들이 잇달아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것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월 강력한 고용으로 볼 때, 연준이 승리를 선언할 만큼 충분히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CNBC '스쿼크 박스'에 출연한 카시카리 총재는 "금리를 인상하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올라가지 못하도록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통화 정책의 효과가 경제에 나타나도록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6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경제 상황이 좋다면 예상보다 금리를 더 많이 올려야 할 수도 있다며 최종 금리가 시장의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