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개최 토론회, 사실상 1인당 연 1회로 제한
의원 1명이 토론회 5회 열자..."형평성 고려해야"
시의원들 "일하는 사람이 페널티 받는 이상한 방침"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서울시의회가 시의원들이 시비로 개최하는 토론회를 사실상 1인당 연 1회로 제한해 논란이다. 토론회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활동인데, 벌써부터 의정활동 위축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시의회는 올해부터 시의원이 개최하는 토론회·공청회 횟수 제한을 통보했다. 1회 이상 토론회를 열 경우, 사비 혹은 토론회를 열 계획이 없는 동료 의원 이름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도록 안내했다.
의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정활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토론회를 독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횟수를 제한하는 발상이 정상적이냐는 이유에서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305회 임시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2022.02.07 kimkim@newspim.com |
시의회 관계자는 "의원 1인당 1회 개최하는 것을 기준으로 112회 예산을 편성했다. 형평성을 고려한 운영상 방침"이라며 "연초부터 일부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남용할 경우 예산이 모자랄 수 있어 미리 조치한 것이다. 상황을 보고 재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시의원 112명이 연 1회씩 토론회를 개최하는 운영상 방침을 마련하고 예산 3억1673만원을 확보했다. 횟수가 차감되는 토론회 종류는 의원 개인·상임위원회·교섭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를 모두 포함하며, 신규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공청회도 해당된다. 다만, 공청회 포함 여부는 시의회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의원이 토론회를 다수 개최했더라도 시의회가 매년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기준(연 80회)보다는 적어 대책 마련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의회에 따르면 2022년 개최된 토론회는 2021년(102회) 대비 절반인 60회에 그쳤다. 6.1지방선거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토론회 개최가 부진한 탓이다. 공청회는 이중 3회밖에 실시되지 않았다. 예산은 1인당 300만원 한도로 지원됐으며, 개최 비용은 1억8250만원으로 80회 기준(2억4000만원)보다 적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 시의원들은 '전무후무(前無後無)한 대책'이라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한 야당 의원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문가를 모시고 이야기하는 건 아주 필요한 의정활동인데 그걸 규제한다는 게 전혀 이해가 안 간다. 이런 방침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한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통보 했다. 예산이 부족하면 더 써서라도 의정활동을 독려하는 게 맞지 않냐"고 반문하며 "올해 지역 주민과 약속했던 토론회도 할당량을 다 써버려서 못하게 됐다.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개인 사비나 동료 의원 명의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선 "토론회를 열고 시 관계자들, 전문가를 부르는 것도 굉장히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인데, 광역의원 급여와 시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그렇게 토론회를 여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한 "동료에게 토론회를 열어달라는 것도 불가능한 발상이다. 1년동안 토론회를 언제 열지 미리 예측할 수 없는데 빌려주겠냐. 일부 의원들의 건강한 소통에 형평성 잣대를 들이미는 게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시의원들의 토론회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예산 사용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마련한 운영상 방침"이라며 "의원들이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아 예산이 남거나, 부족하다면 추경으로 얼마든지 토론회를 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전년 대비 토론회 횟수도 늘려 예산을 확보했다"고 부인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