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자전거 질주하는 명청시대 전통 마을
아날로그 디지털 삶 공존 도심속 오아시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서성(西城)구 시스 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10여분 서쪽으로 이동하면 푸청먼(阜成门) 전철역이 나오고 역을 지나면 넓은 대로에서 오른편으로 얕으막한 전통 가옥들로 이뤄진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푸청먼 일대 옛날 원형이 잘 보존된 서성구의 궁먼커우터우(宫门口头) 후통이다. 서성구의 후통은 베이징 중심가 서쪽 한국 교민들이 밀집한 왕징이라는 곳의 대각선 방향에 위치해있다. 같은 베이징이라도 거리 표정이나 분위기 가 많이 다르다. 서성구의 후통 골목에 발을 들이면 왠지 아주 낯선 도시를 찾은 느낌이다.
자동차가 무섭게 질주하는 베이징 서쪽 제 2순환도로의 번잡한 현대 세상은 도로와 맞닿은 골목 어귀를 통해 한적한 궁먼커우터우 후통 마을로 이어진다. 서쪽 2 순환 도로 인도에서 한발자국만 옮기면 궁먼커우터우 후통인데 거리 표정과 사람들의 생활 템포는 천양지차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의 가장 중심가 서성구 궁먼커투터우 후통 골목안에서 '봄의 노래 사진관'이라는 간판을 단 아날로그 사진관이 영업을 하고 있다. 2023.01.12 chk@newspim.com |
서 2 순환도로 방향 궁먼커우터우 후통 마을 입구. 2023년 1월 6일 오후 이곳에는 까마득한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인 오래전 사진관이 옛 모습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중국 사람들이 후통 탐방을 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라고 말하는지 이해가 될 법하다.
'앙상한 나무가지, 차가운 하늘을 배경으로 한 검회색 담벼락과 회색 기와, 붉은 색 전통 문양으로 단장한 대문, 골목을 매섭게 쓸고 지나가는 매서운 삭풍.' 해가 짧은 한 겨울 베이징의 후통 골목 마을은 어둡고 춥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이다.
추운 겨울 후통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O2O 택배 기사와 환경 미화원들이다. 가끔 주민들과 후통거리를 지나던 행인들이 마을내 공동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후통 골목에 모습을 드러낸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후통 골목안의 겨울 거리 표정. 2023.01.12 chk@newspim.com |
수세기 전 베이징의 농후한 서정이 응축돼 있는 곳. 베이징의 후통 마을로 이르는 길은 첨단 세상에서 과거로 거슬러 가는 비밀의 통로다. 번잡한 자동차 대로는 옛날 마차가 다녔을 후통내 큰 길로 연결되고, 그곳에는 사합원이 자리하고 있다.
사합원은 네모난 마당을 가운데 두고 사면에 가옥이 배치된 구조의 주거 공간으로 비좁은 골목의 서민 주택 핑팡에 비하면 대궐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후통을 걷다보면 옛날 황제들의 일가친척들이 살던 왕부(王府, 궁궐)를 만날 수 있다.
사합원이나 왕푸 대저택이 들어선 넓은 후통 길은 동맥이 실핏줄로 연결되듯 점점 좁은 후통 골목으로 이어진다. 서민들의 주거 공간인 핑팡은 후통 마을에서도 제일 끄트머리 좁은 골목길에 위치해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후통내 서민들의 주택인 골목안 핑팡. 2023.01.12 chk@newspim.com |
핑팡 가옥들이 들어서 있는 후통 골목의 폭은 넓이가 채 1미터도 되지 않는다. 미로와 같은 하나의 좁은 후통 골목 안에 10채 내외의 한 두칸 짜리 옛 라오바이싱(老百姓, 서민)들의 보금자리가 옹기종기 둥지를 틀고 있다.
후통안의 이런 서민들의 핑팡 집은 주방 공간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화장실도 없다. 후통 주민들은 약 50미터 거리 마다 하나씩 들어선 공동 화장실을 사용한다.
후통의 화장실은 10년 전만해도 청결과는 거리가 먼 모습, 아주 고질적인 중국 비위생의 상징 처럼 여겨졌다. 2022년 말과 2023년 연초 뉴스핌 기자가 돌아본 베이징 곳곳의 후통 화장실은 하나같이 일반 가정의 화장실에 버금갈 정도였다.
사람들의 화장실 사용 문화가 바뀐 때문인지, 당국의 결벽증에 가까운 청결관리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공중 화장실의 청결도가 한 사회 위생 환경 수준을 재는 하나의 척도라고 볼 때 최소한 베이징 후통 화장실은 그 정도가 꽤나 높아졌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후통마을 골목안의 현대식 화장실. 2023.01.12 chk@newspim.com |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