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컬리, IPO 무기한 연기..."최적 시점 기다릴 것"
샌즈랩, 당국 요구에 증권신고서 정정...상장, 2월로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연초부터 공모 시장이 삐걱대고 있다. '공모 대어'로 꼽히던 컬리가 시장 상황을 이유로 상장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샌즈랩은 금융당국 요구에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며 상장 일정을 뒤로 미뤘다. 기업들의 IPO가 시작부터 엇박자를 내며 올해 공모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수그러들고 있다.
5일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 샌즈랩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고 기존 IPO 일정을 약 3주 가량 연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샌즈랩은 사이버 보안 위협 인텔리전스 전문 업체로, 이번 IPO를 통해 총 315억~389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8500~1만500원)를 고려하면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1587억원 수준이다.
당초 오는 10~11일 이틀 동안 기간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으로 일정을 전면 수정하게 됐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 조치가 미흡한 기업에 대해 증권신고서 정정을 권고하고 있다.
전날 컬리의 무기한 상장 연기 소식에 이어 IPO 시장의 첫 단추가 어긋나는 모양새다.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4일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컬리는 지난해 8월 22일 증시 상장을 위한 관문인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주어진 IPO 일정을 고려하면 오는 2월 22일 전에 공모 절차를 마쳐야 했다. 하지만 증시 상황이 악화되자 무리하게 IPO를 추진하기보다는 최적의 시점을 다시 기다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컬리 관계자는 "당사는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성장을 이뤄 계획중인 신사업을 무리 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상장을 재추진하는 시점이 오면 이를 성실히 안내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1조원 수준이다. 재작년 12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2조5000억원대로 평가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약 1년여 만에 75% 급락했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컬리가 상장을 강행할 경우 8000억~1조원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PO를 준비하던 대어들 사이에서도 벌써부터 상장 포기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IPO 조건으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PE에 현대삼호중공업 주식을 넘겼으나 이를 다시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기업들이 시장 상황을 이유로 IPO를 포기한 만큼 올해 공모 시장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여러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IPO 시장 분위기가 누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순서를 고려하면 증시가 올라야 IPO 시장도 활력을 찾을 수 있고, IPO 시장만 본다면 기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받던) 과거의 영광을 잊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도 상반기는 (높은 기업가치로) 버티려고 할 텐데 하반기는 돼야 시장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