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北 영토 침범땐 효력정지 검토 지시"
당장 '효력정지' 보단 '북한 도발 말라' 경고성
대북 확성기 방송·전단 살포 등 재개 여부 주목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최근 북한 무인기의 영토 침범과 관련해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강한 어조로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방과학연구소(ADD)로부터 무인기 대응 전략에 대한 직접 보고를 받고 이같이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검토 지시'는 북한이 또다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영토와 영해, 영공을 침범해 군사합의를 위반하게 되면 강력 대응하라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장거리 포병부대가 지난 2022년 10월 6일 공군비행대와 합동 타격훈련을 벌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윤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게 도발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 성격도 짙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부 당국에서 9·19 효력정지라는 발언이 나온 것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이번에 언급한 것은 북한이 지난해부터 사실상 합의 무력화를 위한 전례 없는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합의를 준수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깊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북한 무인기 도발로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없도록 국군 통수권자로서 단호한 대비 태세를 주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정수반이나 군 통수권자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남북 간 군사 합의는 '군사적 긴장 완화 취지에 부합하도록 상호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우리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북한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북한이 추가 도발 때에 효력정지를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자체가 없어지는 파기나 폐기는 아니고 말 그대로 효력 정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북한이 명시적으로 9‧19 합의를 위반한 대표적인 사례는 이번 무인기 도발까지 포함해 모두 17건"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언급과 국방부 설명을 들어보면 일단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당장하겠다는 방침은 아니고 북한이 또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면 검토할 수 있다는 수준으로 보여진다. 북한이 도발하지 말라는 대목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22년 11월 2일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이 SA-5 미사일로 판명됐다면서 11월 9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서 전격 공개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 잔해를 수거해 국방부 청사 앞에서 공개하고 설명하기는 처음이다. [사진=뉴스핌] |
다만 윤 대통령의 언급처럼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정지되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포병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 훈련 ▲동·서해상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 해안포와 함포 개방 ▲MDL 동‧서부 상공 실탄사격 전술훈련 ▲MDL 일대 상공 고정익‧회적익 항공기와 무인기 비행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설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무장화 ▲MDL 일대 확성기 방송과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살포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법)의 23조 '남북합의서 효력범위'에 따르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의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대통령은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를 얻은 남북합의서에 대해 규정에 따라 그 효력을 정지시키고자 하는 때에는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9‧19 군사합의는 국회 체결·비준 동의를 얻은 남북합의서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 기한을 정해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인 2018년 9월 19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4·27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남북은 2018년 11월 1일부터 MDL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했다. 또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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