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선별 투자로 장기 불황 위기 극복 나서
신세계·현대百·롯데, 광주에 초대형 복합쇼핑몰 건설
호남지역 넘어 국내 랜드마크급...대규모 투자 예상
새벽배송 규제 완화로 온라인 투자도 '속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국 경제 전반에도 혹독한 한파가 불고 있다. 2023년은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 부진과 함께 고금리 등 민간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전망이 많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1%대의 저성장이 예고된다. 악재투성이의 글로벌 경제가 불러올 한국 경제의 위기 속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갈 기업의 한 해 전망과 출구전략을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유통 1번가' 타이틀 선점을 위한 대형 유통그룹 간 치열한 투자 경쟁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코로나로 억눌렀던 소비심리가 폭발하는 보복소비 효과도 오래가지 못한 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통업계는 초대형 오프라인 점포를 신규 출점하고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 듯 전략적인 투자로 불황을 극복해 간다는 전략이다.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투시도 [사진=신세계프라퍼티] |
◆신세계·현대백화점·롯데, 광주에서 '유통대전'
우선 올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격전지는 광주광역시다. 신세계그룹이 지난달 28일 광주 어등산에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조성하겠다는 제안서를 광주시에 제출하면서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 유통 3사간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 경쟁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향후 광주지역에 최소 두 개 이상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상권을 장악할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높다.
신세계는 광주신세계 확장과 신개념 복합쇼핑몰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동시 추진한다. 신세계가 광주시에 제출한 사업제안서에 따르면 기존 스타필드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원데이 몰링'에 중점을 뒀다면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는 2박3일 이상을 체류할 수 있는 '스테이케이션'을 지향한다. 무엇보다 광주와 호남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국가대표 랜드마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30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해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2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계획을 밝힌 '광주신세계 아트앤컬처파크(Art & Culture Park) 확장 사업은 올해 본격 착공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버금가는 규모로, 총 13만2230㎡ 규모로 지어진다. 특히 광주·호남 지역 최초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브랜드를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광주신세계 역시 지역 1번점을 넘어 '국내 최고 랜드마크 백화점'이 목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광주시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에 관광‧문화‧예술‧여가와 쇼핑을 융합한 국내 최초의 문화복합몰 '더현대 광주'를 선보인다. 더현대 광주의 연면적은 더현대 서울(연면적 19만5000㎡, 약 5만9000평)의 1.5배에 달하는 30만㎡(9만평)로, 역시 국내 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가 목표다.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와 '더현대 광주'의 공통점은 쇼핑·영화·식사 등 몇 시간 체류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2박3일 이상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리조트형 복합쇼핑몰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두 곳 모두 호텔과 리조트 등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한다.
'더현대 광주' 조감도 [사진=현대백화점] |
롯데그룹은 아직까지 사업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광주에 신규 출점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광주시는 롯데 측에 북구 우치동에 위치한 광주패밀리랜드 용지를 복합쇼핑몰 조성지로 제시하며 롯데도 현지 실사를 다녀왔다. 롯데 측은 "패밀리랜드 부지를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의 복합쇼핑몰 부지가 확정되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에 이어 '유통 빅3'의 유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랜드마크급 쇼핑몰을 짓는다는 계획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온라인 포기 못해" 온·오프라인 통합 경쟁도 치열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자리를 내준 온라인에서도 대형 유통기업간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형 유통기업들 모두 온·오프라인 통합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쇼핑은 영국 기반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손을 잡고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식료품)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9500억원을 투자한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지만 온라인에서는 맥을 못 추던 롯데가 1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통해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칼을 빼든 셈이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함께 오는 2025년 첫 번째 물류센터(CFC)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의 CFC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2년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겸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왼쪽)과 팀 스타이너 오카도 그룹 대표이사가 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온라인 그로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롯데쇼핑] |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나서고 있는 신세계는 KT와 손을 잡았다.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디지털 피보팅'을 함께 실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두 회사는 멤버십을 결합해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SSG닷컴을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을 구상 중인데, 여기에 KT 멤버십까지 더해 혜택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또 신세계 대형 물류센터에 KT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 물류센터를 구축해 나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금은 불가능한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새벽시간대(자정~오전 10시)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영업시간도 제한을 받는데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문을 열 수 없다. 영업을 하지 못하는 휴일이나 새벽시간에 대형마트는 온라인 배송도 하지 못한다.
이번 규제가 완화되면서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 배송 차량과 인력을 충원하고 새벽시간대 배송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은 배송이 가능한 시간대인지 여부를 일일이 체크해야 해 편의성이 떨어지고 지속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온라인 배송 규제가 완화되면 이커머스 기업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