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1차 신병처리 못해 중간수사 결과 지연
前 용산서장 등 주요 피의자 구속영장 기각
행안부 장관‧경찰청장 등 '윗선 수사' 전무
"특수본 본질적 수사 한계…국정조사 추진해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진 날로부터 50일이 지났다. 참사 이후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관련 책임기관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더불어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한 각종 의견과 정부 대책도 잇따랐다. 반면 SNS 등을 통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유언비어로 희생자와 유족들은 2차 가해에 시달렸고,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뉴스핌은 기획보도를 통해 참사 이후 달라진 사회상과 2차 가해의 문제점 등을 짚어보고 재발방지를 위한 사회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지 50일이 지났다. 지난달 1일 출범해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현장 책임자였던 용산경찰서장 등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경찰청장, 장관 등 '윗선' 수사는 이뤄지지 않아 꼬리자르기식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현재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1차 신병처리를 마무리 하지 못하면서 중간 수사결과 발표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현재로써는 연내에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특수본은조만간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구속영장 재신청 및 타 기관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영장 신청을 위한 막바지 보강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지난 5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보강수사는 마무리 단계다.
이 전 서장에게는 첫 영장을 신청할 때 적용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추가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그는 지난 10월 29일 참사 당일 오후 11시 5분 사고 현장 인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지만, 상황보고서에는 참사 직후(오후 10시 17분) 도착한 것으로 기재됐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소방, 구청 등 타 기관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늦어지고 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면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송은영 이태원역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설치돼 있다. 2022.11.06 mironj19@newspim.com |
수사 과정에선 정보보고서 삭제·회유 의혹이 제기된 전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특수본은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는 박성민 서울경찰청 전 정보부장과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 3명을 지난 13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첫 송치로, 최초의 성과다.
정치권 등에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윗선' 수사로 좀처럼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수본은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뒤늦게 행안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지만, 이마저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 집무실 등은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낳았다. 이 장관의 경우 소방노조로부터 고발돼 별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리검토 외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두 차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추가 소환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경찰청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만큼 청장에 대한 감찰권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 내부에선 서울지역 책임자인 김 청장이 피의자로 입건돼 특수본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김 청장의 신병 처리가 마무리되면 윤 청장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2022.11.01 yooksa@newspim.com |
전날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 49재를 맞아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태원 참사 수사가 지지부진 하다'는 지적에 대해 "(특수본은)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수사인 만큼 제가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거나 지휘하지 않는다"며 "엄정하게 최선을 다해서 수사를 하고 있고, 멀지 않은 시기에 소기의 성과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사 중 하나인 사고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수본은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간 특수본은 주변 폐쇄회로(CC)TV, 생존자 진술 등과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현장감식에 대한 3D시뮬레이션 분석을 의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도출하고 있다. 특수본은 국과수 분석과 별도로 국내외 인파 응집에 따른 밀집도 분야 전문가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특수본이 수사 초기 500여명 규모의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도 한 달이 넘도록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수본은 현재 경찰과 소방, 구청 등 현장에 대한 1차 책임이 있는 기관의 과실이 모여 참사를 일으켰다는 관점에서 피의자들을 공동정범으로 엮는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특수본이 피의자로 입건한 21명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16명이 공동정범 대상이다. 앞선 대형참사인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때도 각각 17명과 1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았다.
특수본 수사를 하는 주체에 한계가 있어 윗선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국이 신설되면서 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행안부가 갖게 됐다. 결국 특수본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라며 "특수본 수사가 경찰국 신설과 맞물리면서 속도를 내기가 어렵고,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를 통해 특수본 수사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신 교수는 "국정조사는 특수본 수사와 중복되지 않는다. 수사는 형사처벌이 목적이고 국정조사는 진상규명을 통해 다음 입법에 반영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라며 "특수본 수사의 한계가 있으니 국정조사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과정이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 국민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