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장
피해 구제 285명...아동, 청소년, 20대도 '다수'
경찰청, 전문가 협력 체계 구축, 예방 교육 '시동'
이효정 센터장 "빠르게 신고해 피해 줄여야"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디지털 성범죄는 융복합적입니다. 그래서 중복 피해도 많습니다. 아동, 청소년 피해도 큰 만큼 예방교육이 시급합니다."
서울시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기 위해 지난 3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개월 동안 3번이나 직접 센터를 방문해 진행 상황을 살폈다. 12월까지 피해 구제를 받은 사람은 285명이지만, 아직도 발굴해야 할 사각지대는 많다.
이효정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장은 "피해 촬영물을 샅샅이 찾아 긴급 삭제하고 있지만 다양한 형태로 유포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피해 촬영물 및 사진 등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방법도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는 현재 ▲수사·법률지원 ▲피해 촬영물 긴급 삭제지원 ▲피해자별 삭제 현황 리포트 제공 ▲삭제요청 결과 점검 및 재유포 모니터링 ▲상담지원 ▲법률·의료·심리지원단 운영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이효정 서울시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장이 15일 서울시 동작구 서울시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2.15 hwang@newspim.com |
◆'얼굴 없는' 디지털 성범죄, 취약계층 노린다
디지털 성범죄는 어릴수록, 서로 모르는 관계에서 쉽게 발생하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 가상세계에서 현실처럼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등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소리 없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자체 조사 결과 피해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다수가 아동, 청소년, 20대에 몰려 있다"며 "특히 어린아이들이 모바일 기기를 접하고 활동하는 시기가 빨라졌고, 온라인상에서 쉽게 친구를 사귀면서 이를 악용하는 가해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피해자 연령 비율은 아동(만 6세 이상 만 13세 미만) 1.1%, 청소년(만 13세 이상 만 19세 미만) 13.7%, 20대가 37.5%로 조사됐다. 30대는 19.7%다. 가해자와의 관계 또한 '신원을 알 수 없는 관계(15.7%)', '채팅 상대(21.9%)'가 전체의 37.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애인관계에서 단독으로 발생하는 비율(30.6%)보다 높은 수치다.
이 센터장은 "어린 학생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피해 사례 등이 센터에 연계된다"며 "아동, 청소년은 주로 게임, 채팅 등 온라인 콘텐츠 이용을 통해 온라인 그루밍으로 이어져 디지털 성범죄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절대 보내지 않아야 하며, 사적 촬영물을 요구 받으면 안전한 성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반복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료=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홈페이지 캡처] |
◆유기적 협력 시스템...AI로 촘촘히 찾아낸다
센터는 경찰청 및 전문가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31개 경찰서를 통해 수사지원을 하고 있으며, 여성변호사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피해 촬영물을 긴급 삭제하는 등 빠른 대처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센터장은 내년엔 피해 영상물의 삭제 대응력을 높이고 피해 예방 활동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해 영상물 등이 유사한 성인사이트에 동시 업로드되거나 URL 주소가 바뀌는 등의 어려움이 있어 신속한 삭제 지원이 관건이다. SNS 유포건도 34%나 차지하고 있어 삭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며 "서울기술연구원과 함께 SNS내 피해촬영물 유포확인 등에 활용될 수 있는 'AI(인공지능) 디지털성범죄 구축방안'을 연구 중인데, 음성, 텍스트, 이미지 등을 AI가 딥러닝해 불법촬영물을 검색하는 기능을 내년 상반기엔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올해는 피해 시민을 빨리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면 내년엔 예방과 관련된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며 "디지털 성범죄 관련 교육을 스마트폰을 접하는 나이부터 진행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서도 윤리적 책임을 가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범죄기 때문에 본인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빠르게 신고하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이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지금길"이라고 강조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