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유통업 내년 성장률 전망치 1.8%…코로나 이전보다 낮아
"엔데믹 효과 끝나고, 소매 경기 악화 영향 본격화"
오프라인은 리뉴얼, 온라인은 수익구조 개선
2023년. 내년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다. 국내 산업계는 속속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는 여전하고 미·중 간 무역분쟁도 시름을 깊게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진행형이다. 산업계의 기업들에게는 악재의 연속이다. 내년 비상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산업계의 위기 속 기회 찾기는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해본다.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2년 전 코로나19 피해가 무색할 정도로 최대 실적 소식이 이어졌다. 신세계는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갔고, 쿠팡은 최대 매출에 이어 흑자까지 달성했다.
폭죽을 터트려야 마땅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로 억눌렀던 소비심리가 폭발하는 보복소비 효과도 올해로 끝이기 때문이다. 보상심리도 채워졌고, 내년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힐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유통업 성장 전망치. 왼쪽부터 소매시장 성장세와 내년 전망치, 내년 소매업태별 성장률 전망치.[자료=대한상공회의소] |
◆내년 성장률 전망치, 코로나19 이전보다 못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3 유통산업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 등 5개 소매유통업 300개사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내다봤다.
이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못한 수준이다. 2018년과 2019년 유통업은 각각 5.1%, 2.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 작년(8.6%)과 올해(1~9월 기준, 6.9%) 2년 연속 높은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내년부턴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 본 것이다.
이처럼 전망치를 낮게 본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조사 참여 업체들은 ▲소비심리 위축 (51.8%) ▲금리 인상 (47.0%) ▲고물가 (40.4%) ▲글로벌 경기침체 (26.5%) ▲소득 불안 (18.7%) 등을 들었다.
특히 온라인쇼핑 (4.6%), 백화점 (4.2%), 편의점 (2.1%)에 비해 대형마트(-0.8%)와 슈퍼마켓 (-0.1%) 업계의 전망이 더 어두웠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엔데믹 효과로 올해 소비가 회복된 상태라 내년에는 이 기저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나 소비 심리 악화 등이 소매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영향은 내년을 넘어 내후년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외부 전경.[사진=롯데쇼핑] |
◆오프라인은 리뉴얼, 온라인은 내실 강화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시장 환경에 대비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점포 리뉴얼을 통한 본업 경쟁력 강화로, 이커머스 업계는 출혈경쟁보단 내실 강화로 대응한다.
작년에는 백화점 3사가 이례적으로 모두 출점에 나섰지만, 올해는 신규 점포 출점이 한 곳도 없었다. 내년에도 신규 출점 소식은 없다. 대신 주력 점포를 리뉴얼해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내년 점포 리뉴얼에 6814억원을 쓰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주력 점포인 본점과 잠실점 리뉴얼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잠실점은 리뉴얼 후 올해 국내 백화점 점포 중 2번째로 '매출 2조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부산 센텀시티 리뉴얼을 내년까지 이어간다. 경기점도 일부 리뉴얼이 남아있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점포들을 새로운 브랜드 '더현대'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 업계도 마찬가지로 출점보단 리뉴얼에 방점을 찍었다. 이마트는 2020년 월계점을 시작으로 진행한 그로서리 강화 전략을 내년에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내년 2월까지 총 16개 점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한다.
롯데마트는 마트와 슈퍼 상품 소싱 작업을 통합해 업태 구분 없는 그로서리(식료품) 특화 매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해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강성현 롯데마트 마트사업부 대표이사에게 롯데슈퍼 사업부 대표자리까지 맡겼다.
코로나 2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온 이커머스 업계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내년 온라인 쇼핑 성장 전망치는 4.6%로 유통 업태 중 여전히 가장 높지만, 2년간 이어져 온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는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도 올해 유료 멤버십 가격을 처음으로 인상하며 수익성 개선에 신호탄을 쏜 뒤 지난 3분기 첫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SSG닷컴은 충분한 수요가 있는 곳에만 물류센터를 여는 효율화 작업에 방점을 찍고 투자 계획을 일부 미뤘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이커머스 업계는 코로나19로 몇년치 성장성을 미리 앞당겨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내년부턴 수익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