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적 위원 수 과반수 찬성
자유민주주의 유지·성평등 삭제
전교조 "정권의 거수기 노릇" 비판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처음으로 심의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사실상 교육부 결론 그대로 의결되면서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여서다.
특히 방대한 분량의 교육과정 심의본이 상정 9일 만에 다뤄지면서 내용조차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위원들의 강한 반발 속에서도 표결이 강행돼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자격도 상실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9일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제5차 회의 모습. [사진=국가교육위원회] 소가윤 기자 = 2022.12.15 sona1@newspim.com |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전날 오후 제6차 회의를 열고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표결로 수정· 의결했다.
앞서 역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용어 표기가 유지되고 도덕에서 '성평등', '성소수자' 등 용어가 삭제돼 논란이 된 바 있지만 국교위 심의과정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추가로 보건 과목의 섹슈얼리티 표현이 삭제됐다.
제주 4·3사건도 추후 역사과 교과서 편찬 시 반영하기로 했다. 도덕함, 노작 등 불명확한 문구는 바로잡으며 이외의 내용은 교육부가 제출한 심의본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교위는 용어와 관련해 쟁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소위원회까지 구성했다. 하지만 애초 국교위 심의 기간이 짧아 부실하게 심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교육부의 심의본 상정 이후 전체회의가 총 3차례에 불과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달 마련된 교육부의 행정예고본에 대한 회의까지 합해도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방대한 분량의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일부 과목에서의 논란이 되는 문구에 대한 수정 및 확정에 그쳤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앞서 소위 구성 당시 교육과정 내용의 변동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국 원안대로 강행됐다. 한 국교위 위원은 '면밀히 심사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결국 표결로 의결됐다.
사회적 합의가 아닌 표결로 밀어붙였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배용 위원장 등 총 19명의 위원이 참석해 약 4시간에 걸쳐 심의한 결과 16명 중 12명이 찬성하고 3명이 반대, 1명이 기권해 재적 위원 수 과반수 찬성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의결했다.
회의 도중 심의방식과 합의에 관한 내용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위원 3명이 의결과정 참여를 포기하며 퇴장하는 소동도 일었다.
국교위법 제15조에는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국교위 위원은 "심의 기간 자체가 짧기도 했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그동안 국교위가 주도적으로 해온 일이 아니라 심의 자체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국교위는 출범 때부터 위원장의 역사관 논란부터 위원들의 자질 논란이 있었다.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국교위가 첫 과제인 개정 교육과정 심의부터 정부안 그대로 졸속 심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논평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조율을 통해 백년대계 교육과정을 논의해야 하는 국교위는 정권의 거수기를 자처하며 교육과정 논의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며 "스스로 존재 이유와 정당성을 부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장관은 오는 31일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하고 고시에 기반한 후속 업무를 추진한다. 개정 교육과정은 2017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4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현재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 중·고교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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