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복사 행위가 위조에 해당하는지 쟁점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고소장을 분실한 뒤 이를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이경린 판사는 13일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모 전 검사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윤 전 검사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선행 사건의 수사·기소 당시 이미 모두 밝혀졌던 사실관계를 토대로 해 피고인을 부당하게 이중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공수처에서 특별히 새로 밝혀진 사실이 없음에도 공수처의 자체적인 조직 논리에 의해 기소했다. 공수처 본연에 맞는 기소인지 의심스러워 부적법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또한 "고소장의 복사 행위는 판례에서 말하는 위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고소장 내용에 비춰보면 누구라도 해당 고소장이 복사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는 위조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위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위조의 범의가 없었다"면서 부연했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고소장의 복사 행위가 위조에 해당하는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측의 입장을 정리한 뒤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pangbin@newspim.com |
공수처에 따르면 윤 전 검사는 지난 2015년 12월 부산지검 재직 당시 고소장을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되자 사건이 정상적으로 접수돼 처리되는 것처럼 행사할 목적으로 동일인이 고소한 다른 사건의 기록에서 고소인 명의로 제출한 고소장을 복사한 뒤 수사 기록에 대체 편철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해당 과정에서 검찰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직접 허위 내용을 입력해 출력한 다음 수사 기록에 대체 편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윤 전 검사는 지난 2018년 고소장을 분실하자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위조하고 상급자의 도장을 임의로 찍는 등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공수처가 당시 윤 전 검사가 표지만 위조한 것이 아니라 수사 기록과 수사보고서를 위조했다며 추가 기소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의 공익신고로 시작됐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사 9명이 윤 변호사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적발했음에도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하는 등 사건을 무마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29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기록을 송부받고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또한 공수처는 두 차례에 걸쳐 윤 전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이에 대해 윤 전 검사 측은 기각 사유를 확인하고 싶다며 체포영장 청구 기각서를 재판부에 임의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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