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공은 내 앞에서 멈춘다" - 파비오 칸나바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이다. 전 세계 축구 스타들이 자국의 유니폼을 입고 기량을 다투는 대회에서 수많은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기도 하고 그들의 명언이 회자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명수비수이자 수비수로서는 처음으로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까지 수상한 칸나바로는 최고의 자신감을 드러낸 명언을 남겼다. 어떤 공격수가 공격을 해온다 해도 막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가 유벤투스에 몸담았던 2004년에는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 등과 함께 최강 수비 라인인 '통곡의 벽'을 만들기도 했다.
정치부 김승현 차장 |
안타깝게도 통곡의 벽은 우리나라에도 있는 듯하다. 바로 서울 여의도에 자리하고 있는 국회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평가받던 올해 대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가 만들어졌다. 윤 대통령은 국가 권력을, 절대 다수 의석 정당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의회 권력을 틀어쥐었다.
윤 대통령이 소속된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협치와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민생은 국회 앞에서 멈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야는 우선 국정운영의 기본인 내년도 예산안은 법적 시한인 12월 2일을 사흘 앞두고도 제대로 심사조차 못하고 있다. 예산안 외에 멈춰버린 민생 법안은 셀 수 없다.
주식투자자들에게 민감한 금융투자소득세, 청년층의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지고 있는 '코인' 관련한 가상자산 과세와 부자감세 공방이 오가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등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조세 관련 법안들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멈춰 있다.
또한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하도급 계약 조건 중 원부자재 가격 변동이 발생할 경우 이를 반영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등 각 경제주체 간 첨예하게 갈등이 예고된 법안들도 모두 멈춰 있다.
안전운임제 유예를 두고 국회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화물연대는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고, 건설 현장을 넘어 물류대란, 기름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재정 고갈 문제가 눈앞에 닥친 연금개혁 문제 역시 발전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요원하다.
그러나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윤 대통령의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고 있고, 여권은 이른바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결국 모든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화는 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 대표자들이 절차와 표결에 따라 법을 만들고 개정함으로써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국회는 민생 문제 해결을 막는 수비수가 아니다. 오히려 민생 문제를 드리블해서 각종 난관을 뚫고 해결이라는 멋진 골을 넣어야 하는 공격수가 되어야 한다.
월드컵 직전 불의의 부상을 당한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는 "지난 2년 동안 (국민) 여러분들이 참고 써온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에서 쓰게 될 마스크는 아무것도 아니고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며 '투혼'을 다짐했고 그렇게 뛰고 있다.
코로나19 후유증도 극복하지 못한 채 고물가·고금리·고유가의 3중고를 견디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제 국회가 민생 해결을 위한 투혼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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