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FOMC 앞두고 30일 브루킹스 연설
강력한 매파 메시지로 시장 기대의 싹 자를 것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시장 이벤트로 여겨지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연설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파월 의장은 미 동부시간으로 30일 오후 1시 30분(한국시간 12월 1일 오전 3시 30분)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노동시장과 경제전망'에 관해 연설에 나선다.
시장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을 밟은 연준이 다음달부터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조그만 단서라도 파월 의장이 제공해주길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가 잡힐 때까지 고금리를 유지하겠다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한 파월 의장이 강력한 매파 메시지로 시장의 피봇(통화정책 기조 전환) 기대의 싹을 잘라버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완화된 시장에 파월 '심기불편'
지난 8월 잭슨홀 연설 직후 금융시장 여건은 상당히 타이트해지는 듯 했지만,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 외로 낮은 모습을 보인 뒤로 금융 여건은 대폭 완화되고 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금융여건지수(Chicago Feds National Financial Conditions Index)는 연준이 올해 첫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던 지난 5월 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조정 금융여건지수는 9월 2일 이후 최저치로 내려왔다.
완화된 금융 여건은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30년 만기 평균 모기지 금리는 지난 10월 21일 7.16% 수준에서 11월 18일 6.67%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러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은 지난 몇 주 사이 모기지 신청 건수 증가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또 같은 기간 뉴욕 연은이 집계한 향후 3년 기대인플레이션은 8월 2.76% 수준에서 최근 3.11%로 다시 올랐고,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5~10년 기대인플레이션도 9월 2.7% 수준에서 최근 3%로 상승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렇게 소비자 기대치가 올라가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도 다시 상승세를 시작할 수 있다.
물가뿐만 아니라 고용 시장 측면에서도 파월이 원하는 것과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치를 넘어서 늘긴 했지만,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는 2개에 육박해 노동시장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다.
달러 지수도 하락세로, 원자재 가격 및 수입물가 등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파월 의장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 매의 발톱 드러내야 하는 파월
최근 펼쳐지고 있는 이러한 시장 상황은 물가를 빨리 잡아야 하는 파월 의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연준 관계자들의 잇따른 매파 발언에도 증시가 아랑곳 하지 않고 10월 저점 이후 강력한 반등 흐름을 연출한 것도 수요와 물가를 빨리 잡아야 하는 파월에게는 불편한 뉴스다.
따라서 파월 의장은 오는 12월 3일부터 시작되는 '블랙 아웃'에 앞서 시장에 시그널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이번 연설에서 강한 매파 어조로 섣부른 속도 조절 기대를 꺾는 일이 시급할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잭슨홀 연설처럼 이번이 파월 의장에 매우 중요한 기회라면서, 노동 시장이 너무 타이트하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다는 확실한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시장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 창립 파트너 줄리아 코로나도는 "파월 의장이 이번 연설에서 매파 기조를 보이고, 노동 시장의 불균형을 설명할 것"이라면서 "(타이트한) 고용 시장 다이내믹을 긴축 장기화 필요성의 배경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시장에는 파월이 이번에는 매의 발톱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파월이 내년까지도 연준의 인플레 파이팅이 지속될 수 있으나 당장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시장 기대에 호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선물 시장에서는 12월 50bp 인상 가능성이 67.5%, 75bp 인상 가능성은 32.5%로 반영돼 있으며, 내년 3월 금리가 5~5.25%까지 오른 뒤 7월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9월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