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업체 장비부터 구입...4년간 '라벨'도 안뜯고 중고 기계 전락
'규모의 경제'조차 무시...협업 부안군 포기에도 전주시 독자적 '강행'
[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전북 전주시가 명품김치를 제조·판매한다며 '판매처는 물론 사업방향 계획조차 없는' 졸속추진으로 지난 5월 김치가공유통시설을 준공하고도 7개월이 지나도록 가동을 못하고 있다.
27일 전주시는 김치가공유통시설(이하 공장)을 직영하자니 적자가 불보듯 뻔하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으로 최소 3년이상 혈세로 메꿔야 하는 형국에 놓였다.
[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전주시는 지난 5월 김치가공유통시설을 준공해놓고 가동을 못하고 있다. 2022.11.27 obliviate12@newspim.com |
게다가 공장을 가동한다 하더라도 납품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주지역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3개 지역업체는 물론 국내 대기업과도 경쟁도 벌여야 하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또 김치를 팔아 매출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하루 20t이상 김치를 생산해야 하는 '규모의 경제'를 유지해야 하지만 전주시 공장은 하루 최대 생산량이 5t에 불과, 단독 운영으로는 경제성이 맞지 않아 위탁업체 선정조차 어렵다.
그렇다고 김치공장을 김치가 아닌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려해도 농식품부 사업 공모로 추진했기 때문에 국비반환이나 페널티 등의 우려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당초 전주시는 '명품김치 산업화'를 위한 '김치가공유통시설 구축'을 지난 2016년부터 추진했지만 부지선정 때문에 지난 5월에야 준공했고 이후 관광산업과에서 먹거리정책과로 업무를 이관했다.
현재는 명품김치산업화를 위한 김치가공유통시설을 전주푸드에 관리 위탁할 계획으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주시는 추후 다른 방안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부안군은 국비반납 사업포기, 전주시는 특정업체 기계구입부터
전주시는 부안군과 연계해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진 명품김치를 시민에게 공급해 농가생산성을 증대시키고 안전한 먹거리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으로 애초에 사업을 시작했다.
전주시와 부안군은 지난 2016년 4월 '농식품부 지역전략식품육성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전주시는 '김치가공유통시설'을 구축해 생산·유통·가공판매 등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부안군은 곰소젓갈과 소금생산시설을 구축·제공키로 했다.
당시 이 사업은 68억원을 들여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전주시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국비 30억원, 시비 49억500만원, 군비 6억원 등 85억500만원으로 변경됐다.
전주시와 부안군은 명품김치 산업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17년 2월 전주시 소관국장을 단장으로 (사)명품김치산업화 사업단을 설립했다.
하지만 부안군은 '보조사업자 자부담 20% 부담에 대한 타당성 부족' 등을 이유로 내세워 지난 2019년 미리 받은 2억5000만원의 국·도비를 반납하고 이 사업에서 빠졌다.
부안군 관계자는 "당초 의도한 대로 김치사업을 한다해도 적자가 뻔해 군비 혈세낭비가 우려돼 적당한 구실로 사업에서 빠졌다"고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시는 단독으로 김치가공유통시설 구축 사업을 밀어붙였다. 지난 2019년 사고 이월된 국비반납을 우려해 부지가 선정되기도 전에 시설장비부터 구입했다.
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은 양념통, 청소도구걸이대, 슬아이스·채 절단기 등 107가지 품목 모두를 A업체와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구입,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
공장운영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업체 장비 일체를 모두 구입해 A업체를 밀어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주시가 김치공장 구축에 투입한 예산은 국비 11억1000만원을 포함해 44억6500만원이며 이중 시설장비 구입예산은 8억5400만원이다.
장비구입 후 4년이 지난 현재 생산설비 자동화 등으로 기계를 다시 구입해야 할 상황이 됐다. 한번도 장비를 써보지 않고 라벨도 뜯지 않은 채 중고 장비로 전락됐다.
이상하게도 전주시는 최근 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에 소유권을 넘겨줬던 시설장비를 이달 전주시 소유로 다시 가져왔다. 자동화 장비를 다시 구입하려는 '꼼수'로 추측된다.
전주시는 내년도 예산에 김치공장 운영비 2억5000만원에 시설비 2억원을 반영할 계획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사고이월 등으로 국비를 반납해야 할 상황이어서 기계부터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구입한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일부시설 자동화 등으로 생산설비를 재구입해야 할 것 같다"고 어처구니없는 설명을 했다.
[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문이 잠긴 김치가공유통시설 입고전실. 2022.11.27 obliviate12@newspim.com |
◆의문투성이 '김치사업단'…인건비 시비로 지원·포기한 부안군 그대로
전주시는 농식품부 지역전락식품산업육성사업 지침에 따라 농·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을 만들었다.
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 구성은 이상하기 짝이 없다. 이미 국비를 반납하고 포기해버린 부안군이 시행기관으로 참여해 있고, 곰소젓갈 대표가 구성원으로 들어 있다.
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 구성과 관련 부안군 관계자는 "부안군 관련부서장이 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에 운영위원 임원으로 구성돼 있지만 사업에서 빠졌기 때문에 김치사업에 대한 의견 교류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은 지난 2017년 3월부터 2021년까지 4~5명의 인력을 채용해 사무국을 운영해 왔다.
그 기간 전주시는 매년 1억30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했고 올해는 이월예산 및 자체수입으로 사무국 인건비를 지출했다.
전주시가 지난 2017부터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김치공장이 가동되기 전으로 부지선정과 운영방향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사업단의 존재이유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도 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은 지난 5월 완공된 김치공장에 입주하지 못하고 인근 가건물에 상주해 있다. 사업단의 업무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전주시의원들은 "김치공장을 운영도 안하는 상황에서 사업단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게다가 사단법인 인건비를 시비로 지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공장 규모 줄고, 원자재 조달 경쟁력도 없어 '그냥 김치공장'
김치공장은 당초 지난 2016년 전주시 덕진구 화전동 1198번지에 시유지에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반월동 747-3번지, 2018년 색장동 385-3번지, 2019년 남정동 710-3번지로 최초 계획이후 세 차례나 더 부지가 변경됐고 지난 2020년에서야 현 위치인 도도동 480-1, 2, 3번지로 확정됐다.
부지선정이 지연되다보니 건축자재비 등 공사비가 올라 하루 10t의 김치를 생산키로 했던 계획을 하루 5t 생산으로 절반을 줄여버려 위탁업체 선정조차 어려운 상태가 됐다.
사업단 관계자는 "당초 10t을 생산하려고 계획했을 때에는 타 김치와 차별화된 명품김치로 승부를 보려고 했었다"며 "관련 김치업계에 문의했을 때 하루 20t정도를 생산해야 매출이익이 남는다"고 전했다.
게다가 전주지역은 김치재료인 배추, 무, 고추 생산량이 적어 사업계획처럼 지역농산물을 가지고 김치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2020년 기준 전주지역 배추 생산면적은 45ha에서 4275t이 생산되며 전국 0.3%, 시도대비 6.2%에 불과하다.
또 무는 생산면적 15ha, 생산량 1156t, 전국대비 0.1%, 시도대비 2%이며, 고추는 생산면적 101ha, 생산량 262t, 전국대비 0.2%, 시도대비 1.6%인 실정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주지역은 김치와 관련된 배추, 무, 고추 등의 생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김치공장을 운영한다면 원료조달은 일반 업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예산낭비·적자경영 뻔하지만 '전주푸드'에다 운영시킨다?
전주시는 김치공장을 준공해 놓고 운영방안을 마련하지 못하자 지난 9월 시의회 간담회 등을 통해 '전주푸드'에 맡겨 관리위탁 후 직영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전주시와 전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3년은 운영을 해야 국비를 반환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적자가 나더라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김치공장을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서 최소 3~5년은 소요되고, 직영하게 된다면 공무원 6급 수준의 공장장 채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 등으로 판로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행정이 수익사업에 뛰어들어 지역 중소업체와 경쟁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전주 M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음식점에서 저가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다"며 "전주시가 지역업체의 영역을 뺏어 가려는 의도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는 전주푸드 관리위탁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구체적인 정보제공이 어렵다"며 "공공성 확보를 위한 방안 모색과 생산판매보다 인큐베이팅 공간 활용이나 타 품목 병행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김치가공유통시설 전경. 2022.11.27 obliviate12@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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