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용산서장‧서울청장 당일엔 집회‧마약 집중
이임재 전 용산서장, 사고 우려에 기동대 요청
김광호 서울청장 "사고 사전 예견‧인지 못해"
'사고 예견 가능성'이 두 사람 처벌 가를 듯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이태원 참사 당일 '경비기동대 요청'을 두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간의 진실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지휘‧감독해야 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모두 늦게 현장을 찾았고 당일엔 집회와 마약에 치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고 가능성 사전 인지' 여부가 달라, 이 쟁점이 혐의 입증과 처벌의 중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前 용산서장, 안전사고 우려에 기동대 요청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 총괄책임자인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16 pangbin@newspim.com |
24일 이태원 참사를 조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따르면 현재 이임재 전 총경은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가 발생한 지 50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해 늑장 대응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유기)로 입건된 상태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15분 전인 오후 10시께 현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가 오후 11시 5분께 현장 인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이 전 서장은 "112상황실장이 서울청 주무 부서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다"며 "서울청이 (참사)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국회 행안위에 제출했던 서면 답변 자료에 따르면 핼러윈 축제 전에 열린 용산서 참모회의(지난달 17일)에서 이 전 서장이 "기동대 가능한가, 어렵겠지"라고 말하자 경비과장이 "지구촌 축제서도 못 받았는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에 서울청과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핼러윈 축제에 앞서 열린 이태원 지구촌 축제(지난달 15~16일) 전 2개 기동대 배치를 서울청에 요청했지만 지원 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파악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기동대 배치를 요청할 만큼 사전에 사고 발생에 대한 인지를 하고 있었지만 현장을 지키는 대신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현장에 나가 있었다.
◆ 서울청장 "사고 일어날지 몰랐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8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07 pangbin@newspim.com |
김광호 청장도 참사 발생 이후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에서야 사고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이 전 서장으로부터 오후 11시 34분 걸려온 전화를 놓친 김 청장은 11시 36분 이 서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사고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 탓에 김 청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 넘은 밤 12시 25분이었다.
경비기동대 요청을 두고 김 청장의 입장은 이 전 서장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청장은 "서울청 112상황실과 경비과에 재차 확인한 바, 핼러윈과 관련해 용산서에서 경비 기동대를 요청받은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핼러윈 현장에 경비 기동대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사고를 사전에 예견하거나 당시에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 청장은 사고를 미리 인지하지 못했고, 핼러윈을 앞둔 주말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 범죄 예방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용산서는 마약 범죄 예방과 단속을 위해 형사 인력 3개 팀 15명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김 청장의 지시에 따라 10개 팀 50명을 배치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의 지시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로 서울청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했는지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특수본은 아직까지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에서 용산서가 기동대를 요청했다는 명확한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 '사고 예견 가능성‧기동대 요청'이 두 사람 처벌 가를 듯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2022.11.22 kilroy023@newspim.com |
이 전 서장의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직무유기 혐의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다.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는 현재까지 상황과 증언을 미뤄보아 이 전 서장에 대한 혐의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다만 김 청장의 경우 '사고 예견 가능성' 부분과 '기동대 요청' 확인 여부에 따라 처벌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과거 판례를 봤을 때 두 사람을 비롯해 현장 대응하는 분들이 제대로 직무에 의무를 다했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직무유기는 업무상 주어진 의무를 다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가 성립되고, 사고 예견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최소한 용산서장은 처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청장은 예견 가능성에서 과실이 다를 수 있다"며 "또 (용산서의) 기동대 요청에 대한 확인이 없다고 하면 처벌을 묻기는 어려울 수 있다. 요청이 있었어도 여건상 불가능했다는 것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