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락에도 종부세 대상자 더 늘어
공시가격 현실화율 70~80%, 집값 급락하자 역전현상도
부동산 정책 놓고 정치권 혼선만...집 소유자만 피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정현경 인턴기자 = 올해 들어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선 실거래가격보다 공시가격이 높은 '역전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부과된 상태다. 더욱이 이렇다할 구제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 조세저항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동산 투자를 규제한다는 취지로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인 현실화율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하지만 집값이 급락하는 시기에 공시가격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세금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집값 하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금 압박까지 더해져 주택 소유자의 '이중고'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공시가격 역전에 종부세 인하폭 '찔끔'...집주인 분통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시세가 공시가격을 뛰어넘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행하면서 부동산 세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 레이크팰리스(전용 84㎡)는 지난 10월 26일 17억9500만원(18층)에 거래됐는데 올해 공시가격 18억2600만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이 단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시세대비 74% 수준에 책정됐다. 하지만 집값이 최고 24억8000만원을 찍은 후 7억원 정도 빠지자 현실화율이 100%까지 도달하게 됐다.
잠실동 잠실엘스(전용 84㎡)는 지난달 7일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19억8500만원이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의 공시가격이 18억2600만원인데 25억원까지 치솟았던 시세가 17억7000만원까지 빠지며 역전현상 대상 아파트에 올랐다.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삼호(전용 85㎡)는 공시가격이 7억2800만원이지만 지난 9월 6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인천 송도 더샵센트럴시티(전용 60㎡)는 지난달 공시가격 5억3600만원보다 2600만원 낮은 5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가격으로, 정부가 매년 전국의 대표적인 토지와 건물에 대해 조사해 발표하는 부동산 가격을 말한다.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실거래가를 반영한 현실화율이 70~80% 안팎인데 집값 급락에 실거래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높아진 것이다. 세금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주택 소유자 조세조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 11억원이 넘어 종부세 대상이지만 집값 급락으로 실거래가는 이보다 낮게 형성된 단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종부세법은 인별로 소유한 전국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6억원을 초과할 때 종부세를 부과한다. 다만 1가구 1주택자는 기준점이 11억원이고 부부 공동명의일 경우 한 사람당 6억원씩 총 12억원까지 공제된다.
잠실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올해 종부세가 작년보다 30~40%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15~20% 수준에 그쳐 실망하는 집주인이 상당수다"며 "집값 급락기를 반영할 수 있는 세금 및 규제완화 정책이 나와야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치권 공방에 혼선만..."부동산 세금기준 뼈대 손봐야"
더 문제는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세금 기준을 현실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한시적으로 낮춘 특례를 적용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간다. 이 경우 공동주택의 경우 올해처럼 시세의 평균 71.5% 수준으로 공시가를 책정된다. 일부 단지의 집값이 30~40% 하락했지만 이를 공시가격 산정에 반영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역전현상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고 현실화율 상승에 속도를 높였다. 2020년 평균 69%이던 전국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작년 평균 70.2%, 올해 평균 71.5%로 높아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으로 공시가격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세금을 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택 소유자의 체감도는 낮다. 집값 하락분보다 세금이 줄어드는 것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정책 혼선도 문제다. 종합부 대상을 공시가격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완화(특별공제)키로 하고 정부가 추진했으나 국회에 발목이 잡히며 약 10만명이 종부세 대상에 올랐다.
결국 17년째 그대로인 기본공제금액(6억원)과 주택 수에 따른 다주택자 중과 세율 등 종부세의 기본 뼈대를 바꾸지 않는 한 급등한 세부담을 단기간에 정상화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 국토위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아진 부분이나 저가 다주택자가 고가 1주택자보다 세금을 더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기본공제금액, 다주택자 중과 세율 등 정부가 추진하는 종부세 개편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