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화폐 채택 후 63% 손실 추정에도 '저가 매수'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가치 하락에도 비트코인을 매일 하나씩 사겠다고 17일(현지시간) 선언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내일(18일)부터 매일 비트코인 1개씩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1만65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약 2년래 최저 수준이며,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지난해 9월 7일 당시 평균 시세가 4만5000달러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은 막대하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현재까지 얼만큼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 부켈레가 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거래는 총 11건. 부켈레 정부는 지난해 9월 6일부터 가장 최근인 올해 7월 1일까지 최소 2381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으며, 구입 당시 일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총 1억715만달러를 비트코인 매수에 썼다.
현재 정부 소유의 비트코인 시세는 3972만7699달러로 구입 당시 때 보다 약 63%(6742만7584.07달러) 손실을 보고 있다. 이는 올해 농업부 전체 예산과 맞먹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살바도르의 빈곤율은 26%에 달한다.
부켈레가 비판 여론에도 비트코인 '저가 매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더 많은 국민에게 은행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해외에서 일하는 약 300만명의 재외국민이 고국으로 송금할 때 비트코인을 활용할 것을 정부가 바라고 있다"고 AFP는 설명했다.
엘살바도르는 국내총생산(GDP)의 20%가 해외로부터의 송금에서 나올 정도로 재외국민 송금에 의존도가 크다.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비트코인이 전체 송금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지난달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도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쓰는 국민은 25%도 되지 않으며, 부켈레의 법정화폐 채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75% 이상이다. 국민의 80% 가까이는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비트코인 추가 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엘살바도르 가상자산 지갑 앱 '치보'(Chivo) 직원이 자동인출기(ATM) 앞에서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2021.09.08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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