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그 겨울의 행복' 16일부터 개최
힐링 정원·새 점 체험 등 마련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땅에는 고양이가 정답게 뛰어놀고 나무 위에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까치 한 쌍이 사이좋게 나뭇가지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고양이와 까치의 만남이 그려진 '전 조지운필 유하묘도'에는 '부부 해로'를 염원하는 옛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고양이의 한자인 묘(猫)와 70세 노인을 의미하는 모(耄)의 중국어 발음이 '마오'와 같아 고양이는 '장수'를 상징한다.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고 해 '희작'이라고 불렸다. '전 조지운필 유하묘도'에는 까치 부부가 고양이처럼 오래 행복하길 바라는 염원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평균 연령은 45세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부부가 장수하고 함께 사는 것을 복으로 여겼다. 현대인들이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바라듯 예나 지금이나 행복은 모두의 관심사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길상전 '그 겨울의 행복' 전경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11.16 89hklee@newspim.com |
옛사람들은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며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물건을 평상시에 주변에 뒀다. 이를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로 '길상'이라고 했다. '길상'의 상징은 무늬로 많이 표현되는데 예를 들면 꽃과 나비 무늬는 부부의 애정과 화합을 의미해 안방의 가구나 그림에 사용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길상 관련 소장품 200여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그 겨울의 행복'을 기획전시시1에서 16일부터 내년 3월2일까지 개최한다. 전시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등 여러 재난으로 지친 국민에게 행복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 조지운필 유하묘도(傳 趙之耘 筆 柳下猫圖), 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2022.11.16 89hklee@newspim.com |
옛사람들이 행복으로 여겼던 다섯 가지를 오복(五福)이라고 한다. '통속편(通俗編)'에 따르면 오복은 수(壽)·부(富)·귀(貴)·강녕(康寧)·자손중다(子孫衆多)로, 오래 살고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를 얻고 건강하고 편안하며 많은 자손을 두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옛사람들이 행복의 가치로 여겼던 다섯 가지 행복, 오복과 근현대로 오면서 지속·변화하는 길상 문화를 이야기한다.
고양이와 까치가 등장하는 그림이 '부부 해로'를 뜻한다면, 많은 자손이 대대로 이어지길' 바라는 '다산'을 상징하는 것은 오이나 가지, 석류 등 씨가 많은 채소나 과일이다.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도 역시 같은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오이는 덩굴 식물이기 때문에 자손이 대대로 이어진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고슴도치가 오이를 이고 달아다는 모습을 그린 '자위부과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자위부과도(刺蝟負瓜圖), 1788년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 고슴도치가 오이를 이고 달아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오이는 씨가 많고, 고슴도치는 많은 가시를 가지고 있어 모두 다산(多産)을 의미한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11.16 89hklee@newspim.com |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송학도, 소나무와 학은 모두 장수를 의미한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11.16 89hklee@newspim.com |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포도도. 포도는 탐스러운 포도송이처럼 많은 자녀를 의미하며 길게 늘어지는 덩굴을 함께 그려 자손이 대대로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11.16 89hklee@newspim.com |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십장생도. 오래 사는 열 가지를 소재로 불로장생에 대한 희망을 담은 회화.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11.16 89hklee@newspim.com |
오래 사는 열 가지를 소재로 불로장생에 대한 꿈과 희망을 표현한 대표적인 길상화 '십장생도'도 전시돼 있다. 보통 해, 달, 구름, 산, 물내, 돌, 소나무, 대나무, 영지, 거북, 학, 사슴, 복숭아 등 열 세가지 종류를 조합해 표현하는 것이 '십장생도'다. 장수를 기원하는 선조들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자료다.
근대의 '행복'을 상징하는 물건도 전시돼 있다. 이제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 물건이지만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생필품이자 집들이 선물로 '성냥'을 주고받았다. 새로 이사를 한 사람에게 성냥을 선물하는 것은 불이 활활 타오르듯이 살림이 일어나라는 의미다. 최근에는 개업하거나 이사를 한 경우 해바라기 그림을 가게나 집에 거는 경우가 많다. 노란색 또는 황금색으로 그린 해바라기 그림이 재물복이나 행운을 준다는 여기는 마음에서다.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재료에 새겨진 길상무늬들을 한눈에 모아 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한 땀 한 땀' 실을 수높고 꿰맨 직물·자수 유물과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도자기와 나무, '오색찬란'한 빛을 내는 나전칠기까지 보는 즐거움이 있는 유물을 한 데 모았다. 길상의 의미를 담았을 뿐만 아니라 장식을 위한 아름다움까지 갖춘 길상무늬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정원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11.16 89hklee@newspim.com |
이번 전시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전시 콘텐츠도 제공된다.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리플렛, 큰 글씨로 주요 유물을 설명하는 책자인 빅레이블을 비치했다. 전시장 내 별전 중 몇 가지를 촉각물로 제공해 그 무늬를 직접 만져볼 수 있다. 또한 청각장애인을 위해 전시 영상에 자막과 함께 수어 영상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휴식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 중앙에는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하나씩 쌓아올리는 돌탑 조형물과 정원, 한 겨울 눈이 내리는 풍경을 담아놓은 영상이 대형 화면에 펼쳐진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시에 대해 설명하는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 2022.11.16 89hklee@newspim.com |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은 "옛사람들은 겨울에 눈이 내려야 농사가 다음해 풍년이라고 믿었다. 눈이 녹으면 그 물을 농사에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눈 내리는 것이 길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길상전이 겨울에 진행되기 때문에 전시명도 '그 겨울의 행복'이라고 지었다"면서 "전시장에서 눈 내리는 영상을 보면서 관람객들이 지친 마음을 힐링하고 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장 한켠에는 새가 점괘를 뽑아 주는 '새 점 치기'가 있다. 새 점 치기 후에는 부적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전시 말미에는 자신의 소원을 직접 입력해 화면 속에 떠오른 달을 채워보는 등 복을 비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행복과 관련된 책들을 보며 잠시 쉬어가는 작은 '행복 서가'도 마련돼 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