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국가무형문화재 '갯벌어로'…"전통 전승 위한 노력 이어져야"

기사입력 : 2022년11월09일 15:20

최종수정 : 2022년11월09일 15:20

'갯벌어로' 지난해 12월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백미리마을, 전통 어업방식 '사두질' 가능자 5명 남짓
전통 어업방식 이어갈 세대 부족, 관리 제도 뒷받침돼야

[화성=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백미리에서 사두질이 가능한 사람은 다섯 명이에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힘들어서 안 하려고 하죠."

김호연 백미리 어촌계장은 8일 진행한 국가무형문화재 갯벌어로 팸투어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지난해 12월 공동체종목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갯벌어로'는 갯벌이 있는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맨손이나 도구를 이용해 패류나 연체류 등의 채취하는 전통 어업활동이다.  예부터 바다와 인접해 있어 해산물의 종류가 많고 맛도 많다는 의미에서 '백미(白味)'라고 불린 경기도 화성시 서산면의 백미리 마을은 '갯벌어로' 전승이 잘 되고 있는 대표 지역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사두질하는 어민 [사진=한국문화재재단] 2022.11.09 89hklee@newspim.com

사두질은 백미리에 전해지는 대표적인 전통어법으로 젓새우와 곤쟁이, 망둥어, 숭어 등을 어획할 때 사용했던 어로방식이다. 밀물 때 밀물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사두그물을 대고 갯벌을 밀고 나가며 망둥이나 새우를 잡는다. 밀물 때 V자형으로 넓게 펼친 촘촘한 그물을 30~40초마다 들어줘야 하는데, 4~5m 길이의 사두질가래(그물 막대)를 지렛대 원리로 들어올리고 바람을 등지고 밀물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사두질은 한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중국산둥성,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이어온 작업이지만 백미리가 사두질로 특화된 이유는 젓새우와 숭어 사둘어업 때문이다. 숭어는 보통 백미리에서는 잘 안 먹지만 경기도 지역에서 제례음식으로 찐 숭어를 올렸기 때문에 사둘어업이 오래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숭어 어업은 강한 조수가 밀려들어오는 시간에, 어업할 수 있게 미리 지반을 높여 둔 장소로 이동해 빠른 조류에 숭어가 밀려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숭어가 사둘 위로 들어오면 숭어가 도망치지 못하게 사둘을 낚아채듯 들어 올린다. 적절한 타이밍에 무겁고 긴 사둘을 들어 올리는 일은 숙련도를 필요로 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사두질하는 어민 [사진=한국문화재재단] 2022.11.09 89hklee@newspim.com

편성철 지역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사둘로 숭어를 잡을 때 밀어서 잡는 것(미질)이 아니라 사둘을 들어서(뜰질)로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미리의 사두질의 전승과 보전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특성과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전통 어업방식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국가무형문화재로 '갯벌어로'를 지정했지만, 전승에 현실적인 문제가 따라온다. 백미리마을만 해도 어민 120명 중 실제 바다로 나가 작업할 수 있는 인원은 10명 남짓이다. 사두질을 할 수 있는 인원은 경우 5명정도. 주민 연령이 높아진 탓이 크다. 그나마 백미리마을의 경우 2007년부터 '백미리어촌체험마을'로 정식 명칭을 바꾸고 굴따기, 고동·게잡이, 망둥어낚시, 낙지잡이, 건간망체험 등 다양한 어로방식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체험마을을 시작하면서 갯벌을 유지하고 전통어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사두질하러 가는 어민 [사진=한국문화재재단] 2022.11.09 89hklee@newspim.com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갯벌 [사진=한국문화재재단] 2022.11.09 89hklee@newspim.com

갯벌어로의 기술적 다양성과 한반도 서·남해 안전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점, 어촌계를 중심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문화재청이 '갯벌어로'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통 어업을 이어가기 위한 세대교체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보존과 전승을 위한 정책적 기반이 필요해 보인다. 

이창미 백미리마을 총무는 '갯벌어로'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갯벌을 지킬 수 있고 그간의 맨손 작업을 한 과정을 존중받은 것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전승자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이창미 총무는 "개발을 위한 갯벌매립으로 갯벌의 중요성이 망가졌다"며 "'갯벌어로'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갯벌을 살릴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맨손 작업한 분들의 노고가 잘 받아들여지고 지속되길 바란다"며 "(세대를 이을) 사람이 없다보니 걱정이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망둥어 말리는 모습 [사진=한국문화재재단] 2022.11.09 89hklee@newspim.com

더욱이 갯벌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갯벌도립공원 등으로 지정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중요성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전통 문화인 '갯벌어로'에 보호와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총무는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방문객들이 갯벌 문화에 흥미를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갯벌을 보고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 20대 여성이 갯벌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내 주변에 이렇게 대단한 자원이 있었는데 잊고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주민이 주인 의식을 갖고 마을을 지키고 관리한다면 이곳을 찾는 분들도 늘어나고 좋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9hk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