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택시 중간형태…세종서 가입 4만명·누적 40만회
2016년 콜버스 실패 반복 우려…"AI로 노선 최적화"
요금·소요시간 관건…카카오 참여 가능성 우려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정부가 택시 승차난 해소대책 중 하나로 버스와 택시의 중간형태인 수요응답형 이동수단(DRT) 도입을 추진하면서 택시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휴대폰 앱을 통해 호출하면 수요자들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파악해 합승이 가능하다는 게 DRT의 가장 큰 특징이다. 택시보다 비용은 저렴하고 한꺼번에 많은 승객을 소화할 수 있어 현재 추진 중인 제도화가 실현되면 택시와 경쟁도 가능하다. 요금수준이 어느정도로 책정될지와 소요시간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 이달 중 서울 심야 DRT 규제샌드박스 승인 목표…법개정 논의도
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심야시간 서울에서 DRT 시범운행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제도 범위 밖에서 자유롭게 시험이 가능한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이달 중 승인을 낸다는 목표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 승차난이 발생하는 곳을 대상으로 DRT를 운행하고자 하는 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달 중 노선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해 승인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택시난의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된 만큼 이르면 연말 중 도입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는 버스와 택시의 중간 형태의 이동수단이다. 호출 앱으로 DRT를 부르면 비슷한 장소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현재 위치로 이동하며 태운 뒤 각각의 목적지까지 내려준다.
국토부는 운영지역으로 종로, 여의도를 제시했지만 실제 사업 범위는 사업자가 제출하는 사업계획서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토 과정에서 사업자의 신청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DRT는 농어촌과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제도화돼있다. 국회에서는 DRT 사업 범위를 ▲광역교통특별대책지구에서 대중교통이 불편한 경우 ▲환승센터로 비정기 운행하는 경우 ▲시간대별로 교통수요 편차가 큰 경우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돼 있다. 국토부는 이 법안을 통해 DRT 범위를 확대해 심야시간대 도심에서 제도화한다는 목표다.
◆ 2016년 '콜버스' 실패사례 뛰어넘을까…요금·소요시간 등 관건
DRT와 유사한 형태의 콜버스는 2016년 서울 도심에서 시도된 바 있다. 당시 콜버스가 택시 승차거부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수요 부족으로 결국 사라졌다.
2016년 콜버스와 현재 추진되는 DRT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사업자다. 2016년에는 택시사업자격을 갖고 사업을 진행해 요금이 택시비의 60~70% 수준이었다. 13인승 미만 차량으로 운행이 가능한 택시로 사업이 추진됐지만 택시 대비 소요시간 차이가 커 승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DRT는 13인승 이상의 버스로 도입되고 인공지능(AI)를 활용, 콜을 부르는 승객들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분석, 경로를 최적화해 길목에 있는 사람들을 태워 효율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세종은 가입자가 지난 6월 기준 4만명에 달하고 누적 이용 40만회로 사업성을 어느정도 입증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요금도 과거 택시의 일종으로 운영됐던 콜버스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되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누가 사업에 뛰어들지도 관건이다. 갈등이 있는 가운데서도 택시업계와 협업해온 카카오가 DRT에 뛰어들 경우 택시업계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수요 측면에서는 업계가 긴장할 수 있다. 다만 DRT 사업은 주로 현대차 위추로 추진되고 있어 카카오 이용률이 높은 서울에서 수용성을 높이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과거 승객들의 외면을 받았던 콜버스의 실패사례를 DRT가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