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 면소 판결→대법서 확정
2007년 개정법 시행 전 범죄는 공소시효 '15년' 적용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국외 도피로 인한 공소시효정지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의 시효(재판시효/의제공소시효)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명시적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미국으로 도피한 문 모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면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면소란 형사 소송에서 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하는 것으로 ▲해당 사건에 관해 확정 판결 시 ▲사면 받았을 때 ▲법령이 바뀌어 해당 형 폐지 시 ▲공소시효 경과 시 이뤄진다.
주류도매업자인 문씨는 1995년경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 인수대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피해자들로부터 총 5억6000만원을 편취했다. 1997년 공소제기와 함께 첫 공판기일이 진행됐으나, 이듬해 문씨가 미국으로 출국 뒤 귀국하지 않아 공판이 멈추게 됐다.
이 사건 쟁점은 문씨가 1심 재판 중인 1998년 출국 뒤 미입국한 것이 공소시효 완성으로 볼 수 있느냐다.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면소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원에 따르면 2007년 12월 21일 형사소송법은 제249조 제2항(재판시효/의제공소시효)의 시효기간을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이 이뤄져 같은날 시행됐다. 개정법 부칙 제3조는 개정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에 관한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문씨 사건은 공소시효에 관한 '종전의 규정'에 따라 15년이 적용됐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면소를 선고했다. 또 공소제기 뒤 처벌을 피하기 위해 국외 도피했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정지해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형사처벌에 관한 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유추하거나 확장해석하는 것으로 죄형법주의 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항소에 나섰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대법도 "원심이 공소가 제기된 때로부터 15년이 경과해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에서 정한 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해 면소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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