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어닝쇼크'...영업익 전년比 60% 급감
"내년 1분기까지 영업이익 감소 불가피"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고객 입장에선 (반도체의)다운텀을 즐길수도 있겠지만, 지금 고객 입장에서도 현 상황을 즐기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26일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컨퍼런스콜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증권가에서 제시한 실적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50% 줄었고, 매출액은 1년만에 다시 11조원대가 깨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이슈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재 수요 위축 등 거시적인 이슈가 반도체 산업의 경영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년만에 60% 쪼그라든 영업익...전망치보다 23% 밑돌아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액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은 6% 줄었고, 영업이익은 60% 감소했다.
당초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가 매출액 11조8593억원, 영업이익 2조156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전망치보다 매출액은 7%, 영업이익은 23% 밑도는 어닝쇼크에 해당하는 실적을 발표한 것이다.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감은 실적 발표 전부터 이어졌다. 3분기들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이달 초 삼성전자가 크게 감소한 잠정실적을 발표했고, 이에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역시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됐다.
노종원 사장은 "3분기 높은 물가 상승과 큰 폭의 금리상승으로 거시적인 경영환경이 악화되며 고객 메모리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했다"면서 "3분기는 계절적 성수기로 시황이 개선되는 시기임에도 올해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수요가 약세를 보이는 시장 환경이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재고소진하는 고객사..."내년 투자액 올해比 50% 감소"
3분기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 고객사들이 반도체 재고소진 전략으로 돌아서며 이어졌다. 메모리반도체 주요 고객사는 PC, 모바일 등을 생산하는 제조사인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감이 팽배해지며 소비재 수요가 위축되자, 자연스럽게 반도체 등 후방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를 줄이고 감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노종원 사장은 "내년엔 올해 연말까지 투자할 투자액 대비 50% 이상 시설투자(캐펙스) 감소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영역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 감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전체적인 수요가 급감하며 수익성이 낮은 제품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을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공장(팹) 내 효율성을 위한 장비 재배치나 팹 간 제품 재배치 등을 통해 미래 효율성을 올리고 단기적으론 감산에 준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내년 1분기까지 이익 감소 불가피"
3분기부터 시작된 실적 하락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미국이 중국을 견재하며 중국에 기반을 둔 반도체 공급망을 깨뜨리려는 움직임은 SK하이닉스에도 불확실성 리스크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은 중국에 대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나섰다.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은 1년 조치를 둬 간신히 규제의 칼날을 피하긴 했지만 1년 후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종원 사장은 "지역적인 이슈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고 있고, 이 같은 제약 조건들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이 라이센스 유예 조치를 한 상황에 이 유예 조치가 1년씩 유예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확실친 않다"고 밝혔다.
그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생산해 글로벌리 공급하는 상식들이 비즈니스 외적인 것에 영향을 미치며 불확실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겠지만, 단기적으론 생산 베이스에 큰 변화를 주기는 쉽진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까지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공급 감소 의지를 가지고 설비투자를 최대 50%까지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공급이 줄어들면서 주가 바닥을 잡아주겠지만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해 현재 주가에서 추가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선 수요 회복도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3개월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10만1500원을 기록한 SK하이닉스 주가는 9월 30일 8만400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공급 감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25일 종가 기준 9만3500원선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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