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유지류 등 수입하는 식품업계 강달러 타격
신사업 미루고 투자 계획 축소...긴축경영 움직임
수출비중 높은 삼양식품·KT&G는 '환차익 수혜'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유가와 곡물가 상승세가 주춤하나 했더니 고환율 여파로 원가부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반면 삼양식품과 KT&G는 웃음을 머금고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오히려 고환율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9.8원 내린 1421.5원에 마감했다. 1430원대로 급증했던 26일 대비 다소 줄었지만 1190원~1200원대를 기록하던 올 초와 비교하면 20% 가량 상승한 수치다.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달러로 원재료를 사들여 제품을 가공·판매하는 식품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은 팍팍해지고 있다. 올 초부터 국제 유가와 곡물가가 지속 상승한데 이어 고환율 여파까지 더해져 원가압박이 다시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나서 식품업계에 가격인상 자제령을 내리는 등 물가안정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추가 가격인상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체별로 신사업, 투자계획을 미루거나 축소하는 등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점을 찍었던 국제 원재료 가격이 최근 조금 내려갔지만 여전히 2020년 대비 2배를 넘는 수준이다"라며 "원가압박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 시책도 그렇고 당장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삼양식품의 밀양공장, KT&G 신탄진공장. [사진=각사] |
반면 삼양식품, KT&G 등 수출 중심 기업들은 오히려 고환율 수혜를 입고 있다. 불닭볶음면으로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경우 전체 매출액 중 수출비중이 올해 상반기 기준 70%에 육박한다. 해외시장에서 대금을 달러로 받는 만큼 달러화 가치가 오를수록 환차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밀가루, 유지류 등 가격이 올라 제조원가가 늘었지만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원가부담을 상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삼양식품은 해외에 판매하는 물량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올 초부터는 수출 전진기지인 밀양공장 가동을 개시하면서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현지 판매법인 강화에 이어 최근 유럽, 중동, 남미 등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관련해 올해 하반기 수출도 전년 대비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KT&G도 고환율로 혜택으로 보는 기업으로 거론된다. 담배의 경우 일반 가공품 대비 제조원가가 낮고 수출 담배의 마진율은 높은 편이다. KT&G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수출 비중은 30% 수준이다. 또 KT&G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도 상당해 고환율로 인한 환차익 수혜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환율 10% 상승 시 KT&G의 연결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 대비 5.5% 개선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삼양식품과 KT&G는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 경기침체 등 대외환경의 변수가 큰 만큼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환율이 오른 만큼 밀가루, 유지류 등 주요 원부자재 가격이 올랐다"며 "원가부담을 방어하는 정도이지 환율로 얻는 이득이 크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KT&G 관계자는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침체 등 외부 환경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외 궐련 및 궐련형 전자담배 등 핵심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성장 힘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