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작년까지 지자체 국비지원 579억
구축 규모 1% 미만…절충안으로 일부 V2N 적용
부처 갈등으로 올해부터 사업 중단…2024년 재개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자율주행을 위한 주요 인프라로 꼽히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구축을 놓고 일각에서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레벨5)이 실현되면 자동차 간 통신만으로 C-ITS로 파악할 수 있는 도로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도기 단계에서만 C-ITS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안전을 고려할 때 C-ITS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교통밀도가 낮은 지역 등은 데이터 전송 지연이 발생할 수 있는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어서 새로운 방식을 어느정도로 구축할지가 관심이 될 전망이다.
◆ C-ITS 없이 대형사고 우려…비혼잡구간은 기존 V2N 방식 적용키로
27일 자율주행 및 지능형 교통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2040년까지 전국 도로에 구축키로 한 C-ITS를 놓고 예산 낭비형 사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C-ITS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 간 양방향 통신을 통해 교통안전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도로 통신 인프라다. 도로 혼잡도 등을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기존 ITS를 고도화한 것이다. 사고나 도로 훼손 등 안전과 관련된 추가적인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실증을 위해 시범사업 등으로 구축된 C-ITS는 전국 도로 11만km 중 800~900km 정도로 전체의 1%에 못미친다.
하지만 일각에서 완전자율주행이 실현되는 미래에는 C-ITS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동차 스스로 도로의 모든 상황을 확인해 다른 자동차와 공유하는 세상에서는 도로 정보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완성차 업계 일각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구글의 웨이모 등이 C-ITS가 없는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완전자율주행 시대에도 안전을 고려할 때 C-ITS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람의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안전하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있어야 한다"며 "교통혼잡이 심하거나 터널 진입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안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C-ITS를 구축해 안전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절충안으로 지역 특성에 따라 C-ITS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혼잡지역의 경우 이미 상용화된 V2N(Vehicle to Network)을 적용해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목표다. V2N은 차량 간·차량-인프라의 직접통신이 아니라 이동통신망으로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이어서 통신 지연이 불가피하다.
◆ 국토부·과기부 갈등에 올해부터 C-ITS 구축 중단…2024년에야 재개
또 다른 문제는 C-ITS는 통신방식 결정이다. 앞서 국토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까지 고속도로에서 병행방식(웨이브+LTE-V2X)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작년 8월 결정했다. 와이파이 방식의 웨이브 기술은 국토부, LTE-V2X는 셀룰러 기반의 차량·사물통신으로 과기부가 기술개발을 주도해오면서 부처 간 갈등으로 비화된 바 있다.
국토부는 지자체 실증지원사업을 통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 간 국비 579억원을 투입했고 올해부터는 통신방식 결정 이후로 사업이 미뤄지면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내년에도 C-ITS 구축 예산은 없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우수한 기술을 확인해 2024년부터 전국에 C-ITS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부터는 C-ITS를 연계한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서비스 등 국민 체감형 서비스를 개발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완전자율주행이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과도기 단계에서 고속도로 등 일부 간선도로에 한해 C-ITS를 구축해 기술 확산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