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번호로 저렴한 요금제 가입→수익성 악화 우려
단말 사용 기간 증가·소비자 선택권 확대 예상
"e심 요금제로 알뜰폰 요금제 채택할 가능성 높아 기대"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통3사가 내달 1일 e심(eSIM) 상용화에 나선다. 이를 두고 통신사와 소비자, 알뜰폰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e심은 기존 유심(USIM) 칩과 동일한 역할을 하지만 스마트폰에 내장된 칩에 사용자가 통신사의 프로파일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가입자 식별 모듈이다. 프로파일은 통신사 네트워크 접속 정보다.
e심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흐름이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전세계 69개국에서 e심을 사용하고 있다. 통신사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맞춰 e심 상용화에 나섰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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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5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의 모습.[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4.05 catchmin@newspim.com |
e심 도입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통신사다. 업계에선 당장 e심 수요가 많지 않아 직접적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통신사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e심이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도 물리적 교체 없이 멀티미디어메시지(MMS)나 이메일을 통해 통신사로부터 전달받은 QR코드를 스캔해 프로파일을 다운로드한 후 사용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통신사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예컨대, 24개월 약정으로 구매한 스마트폰 약정 기간이 끝나면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가까운 휴대폰 판매점이나 대리점을 방문하거나 통신사 앱에 접속해 약정을 연장하거나 스마트폰을 교체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나 판매점들은 새로운 단말을 구매하며 재약정에 가입하도록 소비자들을 유도하는 '해지방어'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e심이 도입되면 약정이 끝나고 단말기를 더 오래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e심을 이용해 더 낮고 합리적인 가격의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해지방어 작업을 펼칠 수 있는 유통채널들이 줄어드는 셈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말 사용기간이 평균 32개월 정도로 늘어난 마당에 단말기를 더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e심을 구매해 2만원 대 알뜰폰 요금제를 구매하는 게 이득"이라며 "e심의 경우 다운만 받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도 가지기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e심이 확산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교체 시기 새로운 단말로 교체하며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던 이용자들이 알뜰폰 또는 최적의 저가 요금제로 이동할 경우, 아르푸(ARPU·서비스가입자당평균수익)가 낮아질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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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알뜰폰 브랜드 '티플러스'의 e심 요금제 관련 이미지. [사진=티플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 e심 도입은 호재다.
인터넷으로 파일을 다운받아 본 경험만 있다면 e심을 이용해 집에서 손쉽게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이 자체로도 장점인데, 비용도 유심보다 낮다. 유심 구매비용은 7700~8800원인데 반해 e심 다운로드 가격은 2750원이다.
또 e심의 최대 장점인 '듀얼심' 모드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이통3사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가서비스 형태의 '투넘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경우엔 같은 통신사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e심의 듀얼심 모드를 이용하면 다른 통신사의 요금제에 각각 가입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특정 사업자의 망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출국시에도 e심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해외에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로밍과 현지유심 사용 두 가지다. 현재까지 현지유심을 사용하는 경우엔 국내 유심을 물리적으로 현지유심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e심 상용화 국가에선 현지유심 프로파일을 내려받아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기존 현지유심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대폭 덜어줄 수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 역시 e심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의 휴대폰으로 일상과 업무를 분리하고 있던 고객들이 관심을 보여 알뜰폰이 두번째 번호의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본 휴대폰을 이동통신(MNO)으로 사용하고 e심을 알뜰폰으로 사용하는 그림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이 두 번째 번호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알뜰폰 요금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편 통신사는 아직 재단하긴 이르다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겠지만 그들이 대다수일 순 없다"면서 "e심 자체가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장을 대단히 바꿀 것이라고 예측하긴 이른 감이 있다"고 전했다.
catch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