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 고령임에도 무증상에 가까워
"바이든 대통령 재감염은 불필요한 우려 종식의 뜻"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후 음성 판정을 받은 지 사흘 만인 지난 30일(현지시간) 다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은 이번이 세 번째다. 오미크론 세부계통 변이인 'BA.5'의 막강한 전파력과 면역 회피성에 두 번째 부스터샷인 4차 백신까지 접종한 바이든 대통령도 재감염을 피하지 못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지 이틀 째인 3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주치의인 케빈 오코너 박사는 이날 오전 항원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왔지만 "대통령의 건강은 여전히 좋은 상태"라고 알렸다.
하루 평균 12만3000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는 커지지만 주요 외신들은 올해 79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2차례 연속 감염임에도 증세가 경미하다는 점을 미루어 엔데믹(endemic·풍토병)이란 '새로운 일상'(new normal)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레 낙관한다.
마스크 벗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1.09.27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했고 일상 업무를 차질 없이 하고 있다"며 "미국은 백신과 치료제 확보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대통령이 확진돼도 일상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바이든 대통령의 재감염 소식을 긍정적으로 풀이했다. 비록 BA.5 지배종화(化)가 미국의 신규 확진자와 입원 환자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팬데믹 초기 때처럼 엄격한 방역조치는 필요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WSJ는 "그동안 미국인들은 계속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미국인들은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편이 사회적 거리두기 명령과 휴교, 폐업 등 막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미국 대통령 역사학자이자 저명한 수필가 낸시 깁스는 지난 21일 뉴욕타임스(NYT)에 쓴 기고문에서 "한때 전 세계를 봉쇄했던 바이러스가 이제는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 도달해도 시장을 압박하거나 붕괴시키지 않는 단계까지 도달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확진 소식은 코로나19로 불필요한 우려가 쏟아질 일을 최종적으로 종식시킨 사건이라고 평했다.
미국의 대중 과학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당시인 2020년에는 실험 단계의 약이었다면 이제 백신은 물론이고 치료제를 인근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확진 소식은 모둔 이들에 백신과 치료제의 혜택을 이용할 것을 상기시킨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자임에도 증세가 경미한 요인 중 하나로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꼽힌다. 지난 21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그는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 치료를 받고 불과 6일 만인 지난 27일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당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마른 기침과 피로감을 호소했던 최초 감염 때와 달리 아무런 증상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비록 대면 업무 일정은 전면 취소했지만 비대면으로 일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언론들은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는 사설에서 "정치인은 공인이다. 코로나19를 심각하게 여겨야 할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이들"이라며 "바이든 대통령 같은 고령자가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안 쓰고 확진돼도 괜찮다고 한다면 대중도 쓸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칫 정부가 대중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쓴소리다.
코로나19 백신 주사 놓는 미국 월그린스 약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