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기죄 수사 과정에서 여성 불법촬영물 발견
압수수색영장에 '주거지'...구글 클라우드는 수색 대상 아냐
원심 징역 1년6월, 대법서 인천지법으로 환송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하려면 '압수할 물건'에 대한 법관의 사전심사를 거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내 보관된 전자정보 등을 압수수색의 대상으로 한 영장에 기해 그와 연동된 서버에 보관된 전자정보 등을 압수할 수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기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상고를 기각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불법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에게 자신이 변호사인 것처럼 행세하며 총 4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있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이듬해까지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모텔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30대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는 등 총 5회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고 신체를 촬영했다.
경찰은 2020년 12월 사기죄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채무관련 메시지 내용을 확인해 스마트폰을 임의제출받았는데, 여성 불법촬영이 의심되는 영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에 경찰은 지난해 2월 인천지법으로부터 A씨가 불법촬영한 파일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외부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해 A씨 스마트폰과 연동된 구글 계정의 클라우드에서 다운로드를 받아 동영상 4개와 사진 3개를 압수했다.
같은달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A씨 및 변호인은 "위 휴대전화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영장 없이 압수되었는 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그 증거능력이 없고, 그로 인하여 획득한 나머지 증거들 역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획득한 전자정보는 공소사실 제1항 기재 각 사기죄에 대하여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고, 공소사실 제2항 기재 각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에 대하여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이에 기반하여 획득한 피고인의 자백 및 피해자의 진술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형량을 늘려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법촬영물로 인한 범죄행위는 피해자의 인격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고 몰수의 대상이기도 하므로 신속하게 압수·수색하여 불법촬영물의 유통 가능성을 적시에 차단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범행의 수사를 위하여 법원의 적법한 영장 발부에 기하여 수집된 증거에 대하여 기존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의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것은 형사 사법 정의 실현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주거지 외에 압수된 증거는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며 유죄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은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는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진, 동영상 파일이 정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외부저장매체'가, '수색할 장소'에는 피고인의 주거지가 기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압수할 물건'에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이상,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은 피고인의 주거지에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외부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한정된다"며 경찰의 위법수집증거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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