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뉴스핌] 백운학 기자 = 50년 전 집중호우로 남한강이 범람하자 충북 단양 시루섬 주민들이 일치단결해 좁은 물탱크에 올라 목숨을 구한 '시루섬의 기적'이 재연됐다.
단양군은 21일 단양읍 문화체육센터에서 김문근 군수, 조성룡 군의회 의장, 김영수 단양중 교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루섬 모형 물탱크 생존 실험을 했다.
시루섬 물탱크 생존실험.[사진=단양군] 2022.07.21 baek3413@newspim.com |
1972년 태풍 '베티'로 전체가 물에 잠겼던 시루섬은 44가구 242명의 주민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아픈 역사가 있다.
당시 생후 100일 아기 등 8명이 안타깝게 숨졌지만 234명의 주민들은 지름 5m, 높이 6m 의물탱크와 원두막, 철선에 올라서 서로를 붙잡고 14시간을 버틴 끝에 구조되는 기적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백일 된 아기가 압사했으나 아기 엄마는 이웃들이 동요할까 봐 이를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연이 있다.
군은 50년 전 급박했던 시루섬 주민들의 사투를 되새기고 지역주민과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을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단양중학교 1·3학년 200명은 차례로 지름 5m, 높이 30㎝ 크기의 모형 물탱크에 올라섰다.
실험이 시작되자 웃음기 가득했던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당시 안타깝게 숨진 100일 된 아기를 제외한 물탱크 위 생존자 숫자인 197번째 학생이 오르자 시루섬의 기적 재현에 성공한 기쁨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이어졌다.
특별한 실험 소식에 당시 물탱크 위에서 14시간을 버텼던 생존자 김은자(66) 자매들도 현장을 찾았다.
김 씨는 "물탱크를 내려오니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다"며 "시커먼 물바다 속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눈물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군은 시루섬 주민들을 위한 고향 땅 밟기와 합동 생일잔치, 천도제 등도 함께 계획하고 있다.
김문근 군수는 실험에 앞서 "오늘 행사는 당시 시루섬에서 엿볼 수 있는 단양의 정신을 계승하고 승화하는 것에 더해 단양을 알리는 소중한 역사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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