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빚투족' 이자 감면, 도덕적 해이 논란
금융위 "채무조정은 '빚투족' 위한 제도 아냐"
전문가 "도덕적해이 문제 넘어 정책효과 의문"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상민생대책 중 청년층 대출 부담을 경감시키는 '청년특례 프로그램'이 금융권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로 손실을 본 이른바 주식·코인 빚투(빚내서 투자) 투자자들의 부채를 정부에서 경감해주는 것이 맞는가가 논란의 핵심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 특례 프로그램'은 청년층의 회생·재기를 명분으로 이자 감면, 상환유예 등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금융위원회는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이자를 최대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원금 상환유예 기간에는 이자율을 연 3.25%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주식,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등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또는 '빚투'를 하다 실패한 청년을 대상으로 빚을 감면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빚투'에 대한 책임까지 감면해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다. 오히려 빚을 성실하게 상환한 차주와의 역차별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관련해 제기된 이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금융위원회는 빚 탕감에 따른 '도덕적 해이' 논란이 커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우리 금융시스템을 보면 정상적 채무상환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현재도 이미 채권금융기관 스스로 신용회복위원회, 법원의 회생절차 등을 통해 상환유예나 원리금 상환금액 조정 등 채무조정 지원해 어려운 이들의 재기를 돕고 있다"며 "이번 정부의 지원조치도 이 같은 기존 제도의 정신과 기본취지에 맞춰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채무조정은 '빚투', '영끌'족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며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은 상시적 채무조정 제도와 동일선상에서 채무조정의 일반원칙에 따라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이 신용불량자, 실업자 등으로 전락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회전체의 이익과 후생을 높일 수 있다"며 "이들의 재기를 지원하지 않아 파산자로 몬다면 그건 우리 경제의 엄청난 비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청년특례 프로그램' 논란에 대해 학계와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촘촘하지 않아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도덕적 해이 문제를 넘어 정책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채무 조정 대상 기준을 세밀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도덕적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성실 상환 차주에 대해서도 세금을 덜 내게 해주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청년들에 대해 채무 재조정을 해서 정상적인 경제주체로 복귀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원금 일부 경감조치까지 있어야 가능하다"며 "원금 탕감 없이 이자부담을 경감해 주겠다는건데 정책목적이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박 실장은 이어 "3개월 이상 연속 연체가 나고 정상적으로 빚을 갚기 힘들다고 하면 빨리 정리해주는 것에 대해선 경제학자들이 다 동의하는 것"이라며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의 효과는 연체를 몇 달 늦추는 정도인데, 파산이나 신용불량자로 가는 걸 막겠다고 한다면 이자부담 경감 가지고는 정책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