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섭 활동과 영조와의 관계 알 수 있는 유물
[부산=뉴스핌] 남동현 기자 = 부산시립박물관은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정한식(정언섭 9대손)씨로부터 동래부사 정언섭과 그의 가문과 관련된 고문서 55점을 기증받았다고 18일 밝혔다.
정언섭(鄭彦燮, 1686~1749)은 1730년부터 1733년까지 동래부사(東萊府使)를 역임한 조선후기 문신이다. 재임 중 동래읍성(부산광역시 기념물 제5호)의 성공적인 개축으로 영조의 신임을 얻어 중앙관료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정언섭 교지 185건과 영조가 정언섭에게 내린 유서(諭書), 정양선·정일렴 교지[사진=부산시] 2022.07.18 |
동래읍성은 임진왜란이 끝난 이후 140년 동안 방치됐다가 동래부사로 부임한 정언섭에 의해 1731년 개축됐으며, 개축된 모습이 현재도 그대로 남아있다. 읍성 개축에는 동래부의 독자 재원이 투입됐고, 정언섭은 개축 공사를 시작한 지 200여 일 만에 조기 완공했다.
이러한 성과로 정언섭은 영조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으며, 이후 충청도 관찰사, 승정원 도승지, 병조․호조․예조참판 등 중요 직책을 역임했다.
이번에 박물관이 기증받은 유물은 교지첩, 시문집 및 편지글을 모은 필적, 사창절목(社倉節目), 동래정씨족보 등 55점이다. 기증유물 가운데 '교지첩(敎旨帖)'과 영조가 지은 시가 수록된 '영은어제(迎恩御製)', 영조가 정언섭에게 하사한 '어제상훈(御製常訓)'은 그의 인생과 중앙에서의 활동 상황 그리고 영조와의 관계를 알려주는 중요 유물이다.
'교지첩'은 총 3권으로 정언섭이 1717년 생원시 합격 교지부터 1747년 승정원 도승지 임명 교지까지 총 185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언섭을 정3품 통정대부(通政大夫)에서 종2품 가선대부(嘉善大夫)로 품계를 올린다는 내용의 교지에는 정언섭이 동래읍성을 개축한 공적을 높이 산 점이 기록되어 있다.
영조가 정언섭에게 내린 유서(諭書)에는 동래읍성을 견고하게 개축한 정언섭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말 한 필을 내린다는 내용도 살펴볼 수 있다.
기증유물 가운데 '금호상원시첩(錦湖上元詩帖)'과 '호암당비명(虎巖堂碑銘)'에서는 그간 확인되지 않았던 정언섭의 실제 글씨를 확인할 수 있다.
두 유물에서 보이는 정언섭의 미불(米芾)풍 초서체와 한호(韓濩)풍의 해서체는 유려해 정언섭의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정언섭의 손자 정양선이 18세기 후반 의금부에 재직할 당시 받은 금오계회도(金吾契會圖) 2점과 정언섭 가문의 8대가 약 250여 년(16~19세기)에 걸쳐 쓴 동래정씨 정자공파 문중 가족 간의 편지글을 모아 제본한 11책의 서첩도 기증유물 중 하나다.
편지글은 한문과 한글로 쓰여 있으며, 조선 후기 친족관계와 사회상 등을 파악할 수 있어 다른 기증유물과 마찬가지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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