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인터뷰] '혁신의힘' 천하람 "공천 삼권분립 필요…당 조직 개편 추진"

기사입력 : 2022년07월05일 15:07

최종수정 : 2022년07월05일 15:07

혁신위서 공천 개혁 필수...차기 대표도 무시 못해
'청년 청치인' 이준석 역할 커...내홍 우려

[서울=뉴스핌] 김태훈 박성준 기자 = 국민의힘은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도시지방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칼을 빼들었다. 특히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모양새다.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공천 개혁과 관련해 '공천 삼권분립'을 제안했다.

천 위원은 "공천을 위해 3개의 위원회를 두는 이른바 '공천 삼권분립'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그렇게 되면 컷오프(예비 경선)을 비일관되게 하거나, 전략공천이라는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인 천하람 변호사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7.04 kimkim@newspim.com

천 위원은 예를 들어 자격심사위원회, 전략위원회, 공천관리위원회 등 공천 시스템을 나누면 계파 논란도 줄어들며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공관위는 컷오프도 하고, 경선 관리도 하고, 전략 공천도 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공관위원이 밀어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제도를 모두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컷오프를 하는 자격심사위원회는 자격 심사 조건을 만들고, 예비후보 등록 전부터 자격을 심사하는 것이다. 또 전략공관위에서는 좋은 인재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역할을 하면 좋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천 삼권분립의 핵심은 3개의 위원장을 모두 다른 사람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그는 "사실 어떻게 이 공관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당대표가 3명의 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면 당 대표의 권한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천 위원은 공관위 구성과 관련해서도 특정 인물을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지도부가 공관위원을 1명씩 추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혁신위 구성 당시 '사조직' 비판을 받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위원을 추천한 것을 두고 고안한 것이다.

천 위원은 "혁신위 구성 당시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최고위원들이 혁신위원을 한 명씩 추천하면서 그런 논란이 사그라졌다"며 "공관위도 최고위원들이 한 명씩 추천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계파 논란도 없을 것이고 공관위 내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공천 시스템의 문제점은 당선이 확실한 사람을 흔들어서 이른바 '내 사람'을 꽂아 넣으려고 하는 경우들이 있다"라며 "오히려 공관위에 다양한 계파가 있으면 확실한 사람들을 공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의견은 천 위원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혁신의가 출범한지 얼마 안 된 상황이고, 공천 개혁과 관련된 논의가 이제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상당 시간 동안 논의를 해봐야 한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인 천하람 변호사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7.04 kimkim@newspim.com

그러나 혁신위에서 공천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한다고 하자 당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22대 총선을 1년 넘게 남긴 상황에서 굳이 지금 시점에 공천 시스템을 바꿀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여기에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차기 당대표가 혁신위의 공천 개혁안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천 위원은 "공천 시스템 개혁은 늦게 하면 늦게 한다고 욕을 먹고, 빨리 하면 빨리 한다고 욕을 먹는 것이다. 그렇다고 혁신위에서 공천 시스템 개혁은 안 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혁신위에서 어떤 안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국민 모두가 납득할 만한 안이 나온다면 차기 당대표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천 위원은 공정한 공천 심사를 위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도입한 공직후보자자격시험(PPAT)과 같은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 위원은 "지난 지방선거 공관위원으로 활동했을 때 이 사람이 정말 훌륭한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자료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며 "여론조사 데이터나 당협위원장, 국회의원의 의견 말고는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 사람이 당내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당원들은 얼마나 모았고 어떤 지역의 민원을 해결했는지 등에 대한 자료를 쌓아야 한다"며 "수치화를 하면 좋지만 최소한의 데이터를 가지고 공관위원들이 심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위는 지난 3일 워크숍을 통해서 3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아직 공식적인 명칭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첫 번째 소위원회에서는 인재 영입과 양성, 공천 개혁 등을 맡는다. 또 다른 소위원회에서는 당원과 당협위원장, 당내 조직 시스템 정비를 담당한다. 마지막 소위원회에서는 앞선 두 개의 소위원회를 서포터하고 여의도연구원 등 사무처의 혁신을 담당할 예정이다.

천 위원은 각 이슈별로 커뮤니티를 전국 단위에 개설할 수 있는 권한을 모든 당원들에게 부여해 당원들의 활동과 소속감을 높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예를 들어 퍼스널 모빌리티에 관심이 있는 당원들이라면 커뮤니티에서 여러 가지 정책 제안 등 활동을 한다. 그럼 중앙당에서 해당 커뮤니티의 활동이 활발하다면 레벨업을 시켜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과의 매치를 통해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며 "또 국민의힘에 당론위원회를 설치, 각 위원회에서 올라오는 정책 제안 중 합당한 것들을 선별해 당론으로 채택하는 장치도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올해 연말까지 활동할 계획이다. 공천 시스템 개편 등 중장기적인 과제가 대부분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다면 존재감 없이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천 위원도 이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는 입장이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7월내에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라며 "또 비공개 회의를 하지만, 오히려 회의를 공개로 전환해 혁신위가 어떤 주제를 놓고 어떤 토론을 하는지 공개했으면 좋겠다. 오히려 실시간으로 공개를 할 경우 당내 의원들을 포함해 당원들도 혁신위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공감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인 천하람 변호사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7.04 kimkim@newspim.com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자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인 천 위원을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갈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 결과를 봐야겠지만, 이준석 대표가 낙마한다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 굉장히 큰 일"이라며 "선거 패배로 쫓겨나는 당 대표는 많았지만, 이기고 나서 쫓겨나는 당 대표는 정치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되면 이것이 이슈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위원은 '이준석 대표가 만든 청년 이미지를 어떻게 이어갈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사실 이준석 대표만큼 스타는 없다. 저나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등 몇몇 청년 정치인들이 있지만, 이 대표는 급이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대표는 10년 간 정계에서 활동하며 얻은 신뢰가 있다. 이 대표가 평소에 자기 소신을 명확하게 밝히며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청년 정치인으로서 이준석을 대체할 사람은 여야를 통틀어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공개석상에서 갈등을 표출한 것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것과 권위가 없는 것은 다르다. 이 대표가 권위주의적이지 않는 것에 대해선 아마 모두가 다 알 것"이라며 "그러나 당대표로서 권위가 없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천 위원은 "이 대표가 솔직히 아슬아슬한 선에 있다고 본다. 어른들이 보기에 권위가 없다는 지점까지 왔다고 보고, 젊은 세대가 보기에는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이 대표 스스로 이 현상을 초래한 면도 적지 않다고 본다. 공개 석상에서 배현진 의원과 그런 행동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으로서 험지인 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천 위원은 이준석 대표가 당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것과 별개로 이 대표가 호남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천 위원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겪으며 호남 국민들에 대한 인식 변화를 어떻게 느끼냐는 질문에 "일단 욕을 하지 않으신다. 2년 전 총선 때까지만 해도 욕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정현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를 도울 땐 욕을 하거나 명함을 찢는 일이 없었다. 또 저희 지역구 시의원 후보들과 유세를 할 때도 안 좋게 보시거나 툴툴 거리시는 분들은 있었어도 욕을 하시는 분들은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천 위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준석 대표의 공이 매우 크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 대표는 2030 지지층만큼 호남과 관련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라며 "사실 호남 국민들께서 보수 정당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핵심은 '전두환 정당'이라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를 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정당이 과거 전두환계와 완전히 단절됐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별로 대단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지난 2017년 대선 때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평균 2~3%에 불과했다. 21대 총선에서도 호남 후보자들의 지지율은 2~3%대였다"라며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 후보자들의 지지율은 15%였다. 무려 5배가 늘어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15%를 넘어섰다는 것은 30%를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고, 더 나아가면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들과 접전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천 위원은 "실제로 호남에 있는 당협위원장들은 대부분 이준석 대표를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며 "호남에 있는 당협위원장들 입장에선 서울로 상경해 이준석 대표를 자르지 말라는 집회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taehun02@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다음달 10일 2차 소비쿠폰 기준 나온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행정안전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기준을 이르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상위 10% 구분 기준은 부동산 및 금융소득 등을 살펴 이달 중 기준 수립 준비에 나선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간담회에서 "9월 10일 정도에 2차 (소비쿠폰)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실장에 따르면 2차 지급 기준 준비는 이달 중 시작된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만나 기준을 짜야 한다"며 "2021년 사례를 보면 1인가구는 특례를 가산했고, 맞벌이가구는 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한국신용데이터(KCD)가 4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 매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은 전주 대비 평균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08.04 ryuchan0925@newspim.com 한 실장은 "고액 자산가인데 건보료만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며 "(행안부의) 부동산 데이터나 국세청 금융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직장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를 선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비쿠폰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는 4818만명으로, 전체 지급대상자의 95.2%가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8조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용 현황은 신용·체크카드 지급액 5조8608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404억원(51.9%)이 소비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지역별 신용·체크카드 소비율을 보면 서울보다 지역이 높은 편이었다. 제주가 5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 54.7%, 울산 54.6%, 광주 54.5%, 충북 54.1%, 대전 54.0%, 부산 53.7% 등이었다. 한 실장은 "비수도권에 3만원·5만원 더 준 부분도 있지만, 지역 영세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져 의미 있는 숫자"라며 "10%포인트(p) 차이는 아니지만 2~3%p라도 높은 것은 그만큼 비수도권이 어려웠다는 방증이자 (소비쿠폰이) 사용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2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사업 전체 13조9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만 지방(예산)이고 나머지 12조1000억원가량이 국비다"라며 "(국비에서) 8조1000억원을 먼저 내렸고, 기획재정부 협조를 구해 이달 중순 정도에 4조1000억원을 조속하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료=행정안전부] 2025.08.08 sheep@newspim.com 한 실장은 "(소비쿠폰 2차 지급에 앞서) 지방채 발행이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고 충분조건 정도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법 통과는) 9월 본회의까지 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는 민생쿠폰 관련 연구용역 예산 2억원도 담겼다.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취지다. 한 실장은 "민생쿠폰 추경에 연구용역비 2억원이 담겼다"며 "과거 2020~2021년 효과가 있냐 없냐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연구 용역을 제대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책연구원이나 KDI 등과 연구한다는 것이 행안부 현재 계획이다. 행안부는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그간 도서산간지역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한 실장은 "면 단위에서 동네에 마트 등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어 하나로마트 121곳에서 현재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현장을 가 보니 마트가 있어도 너무 영세해 고기나 채소 등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현재 시장·군수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로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 "추가 소비 진작 대책을 관계부처와 많이 만들고 있다"며 "행안부는 수도권 기업, 공기업, 관공서 등과 비수도권 간 자매결연을 맺는 소비진작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8-08 16:11
사진
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