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형'→2심 '무죄'→대법 '파기환송'
"명예훼손죄의 전파 가능성 모욕죄에도 적용"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윗집에 인터폰을 통해 욕설을 했다면 공연성 유무의 판단 기준인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모욕죄로 기소된 A씨 등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와 B씨는 2019년 7월 경기도 남양주 별내의 한 아파트에서 위층에 사는 C씨가 손님들을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인터폰을 통해 욕설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등은 C씨의 손님과 자녀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인터폰 너머로 "어디서 그따위로 교육을 받았냐"며 "위층에 너 같은 것들이 사는 거 아주 끔찍하고 저주스럽다"는 내용의 욕설을 했다.
사건 당일 C씨의 집에 손님으로 온 지인 D씨는 A씨 등의 욕설을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1심은 A씨와 B씨의 모욕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각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D씨는 C씨의 직장동료 및 같은 교회의 교인이었으나 긴밀하게 사적으로 자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었고, 욕설 등을 비밀로 지켜줄 만한 관계에 있지 않았다"며 "D씨는 직장동료 등에게 C씨 집에 놀러 갔는데 이웃이 전화로 욕설을 하더라고 말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전파 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모욕죄의 구성 요건인 공연성이 인정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욕설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다수인에 해당할 여지만 있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A씨 등의 발언 중 일부는 피해자를 업신여기는 등 전체적으로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이 타당하다"면서도 "C씨의 주거지에 있던 아들과 손님 D씨, D씨의 딸 2명 등 5명이라는 한정된 사람만 발언을 들었기 때문에 불특정인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종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유무의 판단 기준인 전파 가능성 이론이 모욕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층간소음 갈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큰 상황에서 층간소음을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 짓는 자극적인 발언은 사람들 사이에 쉽게 얘기될 수 있으므로 전파 가능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인터폰은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오는 구조이고 피고인들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파 가능성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