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안건 부결...구지은 승리로 '남매의 난' 일단락
'캐스팅 보터' 구미현, 작년 '세 자매 협약'에 발목
갈등 불씨 여전...일각에선 '아워홈 통매각' 거론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아워홈 경영권을 둘러싼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 간 '남매 갈등'이 구지은 부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구지은 부회장 축출을 위한 구 전 부회장 측의 '경영권 흔들기' 시도가 무위에 그친 것이다. 다만 최대주주인 구 전 부회장이 또 다시 경영복귀 시도에 나설 수 있는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30일 아워홈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아워홈 본사에서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제안한 신규 이사 48명 선임 안건 등이 모두 부결됐다. 이사회 교체를 통한 구 전 부회장의 사실상 경영 복귀 시도가 무산된 것이다.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사진 좌) 및 구지은 부회장(사진 우). <사진=아워홈> |
앞서 구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30일 법원에 기존 이사진 21명 해임과 신규 이사 48명 선임을 목적으로 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아워홈 최대주주인 구 전 부회장(지분 38.56%)은 올 초 동생 구미현 씨(19.28%)와 손잡고 경영권을 포함한 합산지분(58.62%) 매각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본인에게 우호적인 신규 이사진을 대거 선임해 지분 매각 과정을 보다 원활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이 구 전 부회장 측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구 전 부회장이 우회적으로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기존 이사 해임 및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구 전 부회장 측의 '경영권 흔들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구지은 현 아워홈 부회장이 경영권 사수에 성공한 셈이다. 현장에는 구 전 부회장 측 대리인이,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이사가 참석했다.
안건이 부결된 요인은 구 전 부회장 측과 공동 매각 연합을 이룬 '캐스팅보터' 구미현씨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아서다. 구미현씨는 이날 주주총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 서울서부지방법이 아워홈 임시주총에서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 측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편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구미현·구명진·구지은 세 자매가 체결한 이사 선임, 배당 제안, 지분 매각 등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내용의 협약서의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의결권 행사 시 위약금 300억원을 물어야 한다는 조건도 명시했다.
구미현씨는 지난해 6월 불거진 남매간 경영권 다툼에서 동생 구명진씨와 함께 구지은 부회장 편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후 최근 입장을 바꾼 구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 편에 서면서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다. 현재 아워홈 지분은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38.56%, 막내인 구지은 대표는 20.67%, 장녀 구미현 19.28%, 차녀 구명진 19.6%의 등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2.05.11 romeok@newspim.com |
구본성·구미현 연합의 공동 매각 계획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구미현씨가 자매간 협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위약금 300억원 상당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공동 매각 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구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만큼 언제든 경영복귀 시도에 나설 수 있어서다. 구 전 부회장 측은 구본성·구미현 연합에는 변동사항이 없다며 공동 매각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세종을 앞세워 아워홈 기업 실사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라데팡스파트너 관계자는 "매각 일정에는 차질이 생겼지만 구본성·구미현 주주의 공동 매각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며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의) 개별 매각 계획은 현재 없으며 공동 매각을 위해 다양한 돌파구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워홈 전체 지분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미현·구명진·구지은 세 자매가 이번 신규 이사 선임안에 제동을 걸은 공동의결협약을 바탕으로 향후 아워홈 지분 공동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구 전 부회장 측은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구미현씨 뿐만 아니라 구지은 부회장에게도 동반 매각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분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개별 매각보다 공동 매각 또는 통 매각이 유리하다는 논리다.
관련해 아워홈 관계자는 "주주 개인 간의 협약은 회사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지분 매각을 검토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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