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돌리기 방식' BW 인수 혐의…2심서 벌금형 대폭 감형
대법 "350억 특경 배임 중 10억만 인정한 원심 판단 잘못"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돌리기' 방식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오전 10시10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 등 5명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파기·환송 판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은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신라젠 창업주이자 특허 대금 관련사 대표 황태호 씨에 대해선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고 문 전 대표 등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인용했다.
대법은 문 전 대표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관련 특경법상 배임 혐의 부분과 관련해 인수대금 350억원을 배임 액수로 인정하지 않고 운용이익 10억원 상당액만 인정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은 "피고인들은 오로지 계획에 따라 제3자로부터 차용한 돈으로 이 사건 BW 인수대금을 납입해 인수한 다음 곧바로 인수대금을 인출해 차용금 채무를 변제했으므로 결과적이로 이 사건 BW는 실질적인 인수대금이 납입되지 않은 채로 발행돼 피고인들에게 인수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 등은 BW 인수대금이 실질적으로 A회사로 귀속되도록 조치할 업무상 임무를 위반하고 인수대금이 납입되지도 않은 채로 이 사건 BW 350억원을 발행해 이를 인수함으로써 사채가액 350억원의 이득을 얻었다"며 "A회사로 하여금 사채상환의무를 부담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인수대금을 취득하지 못하게 해 350억원의 손해를 입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 범행의 손해액을 A회사가 취득하지 못한 인수대금의 운용이익 상당액인 10억5000만원으로 봐 50억 이상의 손해액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이유에서 무죄로 본 원심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 등 나머지 피고인들의 벌금 액수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대폭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따르면 문 전 대표 등은 지난 2014년 3월경 무자본으로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를 설립한 뒤 DB금융투자에서 350억원을 빌려 신라젠 BW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19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3년 7월 부산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신약 개발 관련 특허권을 지나치게 비싼 값에 매입해 회사에 29억3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는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신라젠 상장을 앞둔 2015~2016년 자신 명의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을 수 없게 되자 운전기사와 대학 동문 의사 및 교수에게 자신의 몫을 포함한 스톡옵션 총 25만주를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1심은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 및 벌금 35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곽병학 전 감사는 징역 3년과 벌금 175억원, 페이퍼컴퍼니 실소유주 조모 씨는 징역 2년6월과 벌금 175억원, 이용한 전 대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신라젠 창업주이자 특허 대금 관련사 대표 황태호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이들은 2심에서 벌금이 대폭 줄었다. 2심은 문 전 대표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벌금은 10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곽 전 감사는 징역 3년과 벌금 10억원, 조씨는 징역 2년6월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와 황씨는 1심 판결이 유지됐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부당이득으로 산정한 350억원에 대해 "이 사건 BW 권면총액이나 가장된 인수대금 자체는 위반행위의 대상 또는 내용이거나 외관 조성에 이용된 수단일 뿐이어서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며 액수불상으로 판단했다.
다만 대법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