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유교박물관 '선비들의 출처, 나아감과 물러남' 전시회
[안동=뉴스핌] 남효선 기자 =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운영 요직을 맡을 인사 문제를 두고 이른바 '낙하산' '회전문' '강제 퇴출'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엄격한 유교적 가치가 지배한 조선조 정치가와 관료들은 '관직에 나아가거나 물러날 때' 어떤 마음가짐과 질서, 가치로 결정했을까?
풍산김씨 영감댁의 '어사화'와 '복두'.[사진=유교박물관]2022.06.16 nulcheon@newspim.com |
경북 안동시 소재 한국국학진흥원이 유교문화박물관에서 2022년 정기기획전 '선비들의 출처, 나아감과 물러남' 전(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조선조 선비들의 '출처(出處)'와 관직에 나가는 각종 길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된다.
대표적인 조선시대 관직 진출로는 문과와 무과로 표현되는 과거제도이다.
과거는 한 번만 치러 합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거시험의 예비단계인 강서에 합격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시험을 응시할 수 없었다.
강서시험의 성적과 본 시험격인 '회시'의 성적을 합산하여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음서는 고위직의 자제라고 무조건 벼슬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음서의 경우도 기본적인 경전 시험을 치러야 하며, 합격해야 관직을 받을 수 있었다.
음서시험을 '취재'라고 하는데 취재시험에 합격한 합격증인 음서 백패는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료이다.
또 과거 급제자들에게 주는 '어사화', 선비들이 항상 옆에 두고 보면서 거취를 고민했던 '침병팔잠 병풍' 등도 전시된다.
산림을 초빙하면서 군주가 특별히 내린 '유지'와 산림직에 임명되었을 때의 '교지' 등도 전시된다.
성산이씨 응와종택의 '침병팔잠 병풍'[사진=유교박물관] 2022.06.16 nulcheon@newspim.com |
조선시대 지식인이자 국정 운영자였던 선비들은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를 항상 고민했다.
선비들은 자신의 거취를 매우 신중하게 결정했다. 선비가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을 '출처'라고 한다. 출처에서 '출'은 세상에 나가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이고, '처'는 재야에 있으면서 자신을 수양하며 덕을 쌓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입신양명'은 개인의 출세와 고위직에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입신양명은 나의 몸가짐을 바로 하여 올바른 이름을 세상에 남기는 것이다.
선비들이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을 신중히 하였던 것은 과연 내가 올바른 이름을 남길 수 있는지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조선조 선비들의 '출처' 양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은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조선조에서 가장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이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은 선비의 본분이었다.
때문에 조선조의 선비들은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안민.安民)'과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나라가 백성들을 수탈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벼슬에 나아가는 사람들의 도덕성을 매우 중요시한 것은 바로 안민정신 때문이다.
이번 전사를 마련한 유교박물관 관계자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출처'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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