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는 '비둘기' 해석에 유로/달러 하락
달러 강세 당분간 브레이크 기대 어려워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물가 전망치를 대폭 상향하고 긴축으로의 전환을 본격 예고했다.
이번 주에만 호주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50bp(1bp=0.01%p) 인상했고, 통화정책 변경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었던 ECB마저 긴축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통화긴축 선봉에 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물가를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 예기치 않은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데, 시장은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그로 인한 금융 및 경제 파장을 계속해서 예의주시할 예정이다.
다만 ECB의 긴축 가속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유로/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에 힘을 보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1.12.02 mj72284@newspim.com |
◆ 긴축 운전대 잡은 연준
9일(현지시각) ECB는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직전 전망치인 5.1%에서 6.8%로 상향 조정하면서, 고물가 해결이 정책 우선순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9월에도 ECB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나아지지 않거나 (지금보다) 악화하면 9월 회의에서 더 큰 폭의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혀 25bp 이상의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금리 인상에 돌입한 노르웨이가 가장 공격적인 긴축을 진행 중이며,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미국, 호주, 스웨덴, 유로존 순으로 긴축이 진행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세계 최저 수준인 마이너스(-) 0.75%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압력을 마주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 통화완화 유지를 약속한 상태다.
노르웨이의 경우 작년 9월 이후 3차례 금리를 올렸고, 오는 23일 75bp 인상에 이어 내년 말까지 7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뉴질랜드도 최근 5차례 연속 인상을 통해 지난달 금리를 2%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캐나다는 이달 1일 두 번째 50bp 인상 조치로 금리를 1.5%까지 올렸고, 7월에도 50bp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영국은 작년 12월 이후 네 차례 금리를 인상, 기준금리를 1%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연준은 6월과 7월 각 50bp 인상이 예상되며, 고용 지표 등이 후퇴하지 않을 경우 그보다 더한 인상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장은 연방기금금리가 연말까지 2.75~3%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ECB가 금리 인상에 동참하면서 글로벌 긴축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연준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며, 그만큼 연준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0일 발표될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를 확인한 뒤 6월과 7월 각 50bp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뒤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금리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높게 올릴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참고할 만한 다른 긴축 사례가 없는 상황이라 파월 의장이 긴축 움직임을 여전히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며, ECB가 동참했다고 해도 인플레 파이팅과 관련한 파월의 부담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파월 의장이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의장 등이 연착륙을 성공시키기 위해 애를 쓰겠지만, 긴축이 속도를 내면 그만큼 경제가 삐걱거릴 확률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긴축 릴레이'에도 흔들림 없는 '강달러'
한편 이날 ECB의 긴축 관련 소식에도 유로/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 달러 강세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ECB 통화정책 종료 이후 달러지수는 거래 후반 103.260으로 0.682% 상승한 반면, 유로는 1.0618달러로 0.9% 내렸다. 달러는 주간 1% 이상 상승해 2주 연속 상승세 및 7주 만의 최고 주간 상승률을 향하고 있다.
ECB가 향후 금리 인상을 시사하긴 했으나 이날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당초 전망보다는 비둘기파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노무라 이코노미스트 조지 버클리는 "트레이더들이 더 신속하고 큰 폭의 ECB 긴축을 기대했기 때문에 이번 회의 후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올해 나타난 강달러 현상의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주요 6대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7.1%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올해 최고점(104.85)에 오른 뒤로는 최근 103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6%는 지난달 달러화 약세가 1개월 미만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27%는 1~3개월간 달러 약세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했다. 즉 전달의 달러화 매수가 추세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전문가 대다수는 달러화 매수가 향후 3개월간 시장에서 지배적인 포지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38%는 '달러 매수/신흥국 통화 매도'를, 26%는 '달러 매수/주요 통화 매도'를 시장을 움직일 포지션으로 판단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44명의 외환 전략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강달러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최고치를 지났다는 신호가 뚜렷해지면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그러면 달러 강세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데, 이와 관련해 시장은 10일 발표될 5월 CPI 지표를 주시할 예정이다.
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2.06.08 kwonjiu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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