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식음료 미판매·시간제한 등 상생안 제시
자영업자 "시장 생리 모르는 방안" 비판
표심 노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도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서울형 키즈카페 1호점이 문을 연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용요금을 대폭 낮춰 코로나로 힘겹게 버틴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가중시키고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시장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주장이다. 민간과의 상생을 지향해 방안을 마련했지만 자영업자 의견이 담기지 않아 논란 확산이 우려된다.
27일 서울시는 종로구 혜화동에 서울형 키즈카페 1호점을 개소했다. 7월에는 중랑·동작에 순차적으로 지점을 두는 등 연내 총 20개소 조성이 목표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3선에 당선될 경우 100개소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서울형 키즈카페 BI. [자료=서울시] |
서울형 키즈카페는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실내 놀이터다. 계절·미세먼지·코로나와 상관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하며 부모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과 수유실 등도 조성한다. 보육교사와 시설안전관리요원도 배치해 전문성·안전성을 높이고 보호자가 급한 일이 생길 경우 긴급·일시돌봄 서비스도 제공한다.
종로 1호점의 이용 대상은 만 3~7세 아동 및 보호자로 이용 금액은 2시간 2000원이다. 1일 3회차로 운영하며 1회 이용 정원은 30명이다. 이용 연령은 시간대별로 유아(만3~5세)와 초등(만6~7세)로 구분한다. 화~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하고 일·월요일은 휴관한다.
◆ 민간과 소통 없는 '상생' 제시에 자영업자 '반발'
서울형 키즈카페의 이용 금액은 2시간에 최대 3000원이다. 자치구의 재량에 따라 3000원 이내로 금액을 조정하기에 경우에 따라 무료 운영도 가능하다. 실제로 종로 1호점의 이용요금도 2000원 수준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시는 이용금액을 대폭 낮춘 대신 민간과의 상생 방안을 제시했다. 별도의 식음료를 판매하지 않고 이용 시간도 2시간으로 제한을 뒀다.
서울형 키즈카페 종로1호점 모습. [사진=서울시] |
그러나 민간에서는 이같은 상생 방안은 시장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고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용 금액이 너무 낮아 민간 업체는 가격 경쟁력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방안 자체도 문제라는 설명이다.
전국 어린이 놀이시설 협회에 따르면 키즈카페의 약 40% 이상이 식사를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90% 이상은 2시간 이용을 전제로 운영하고 있다.
양기정 전국 어린이 놀이시설 협회장은 "민간 업체와 똑같은데 입장료는 1/10 수준이고 심지어 주말까지 운영하게 되면 민간의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며 "굳이 세금 600억을 써서 시설을 만들어 민간 사업체를 위협하기 보다는 그 예산을 복지에 쓰고 바우처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시는 주요 수요층인 영유아·초등아동 보호자 2199명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했으나 민간의 의견은 듣지 않았다.
양 협회장은 "정책 시행 전 자영업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상생 방안에 대해 3월부터 서울시청에 공문도 보내고 대화를 해보자고 진행 해왔지만 지금까지 만남이 성사된 적은 없다"고 토로했다.
◆ '공공성' 내세웠지만...전문가 "정책 공공성 의문"
전문가들은 정책의 목적과 공공성에 의문을 표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키즈카페 이용객은 결국 부모이기에 표를 의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진단이다.
노 교수는 "놀이터가 비어 있는 원인을 미세먼지나 코로나에서 찾기는 어렵다. 공공보육을 늘리는 등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시범사업 단계임을 설명하며 "회차별 인원을 조정하는 등 최대한 민간에 피해가 덜 가도록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의견 수렴 문제에 대해서는 "키즈카페 관련 협회가 올해 2월에 생긴 것으로 안다"며 "정책 초기 단계에는 소통 창구가 없어 각 개별로 컨택하기 어려워 그랬다. 대신 오는 31일에 협회와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고 답했다.
youn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