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슬로베니아·체코서도 첫 발병...女감염자 2명
"스페인령 제도·벨기에 대규모 축제發 확산일 수도"
벨기에, 감염자 21일 격리 의무화
獨, 임바넥스 백신 4만도스 확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희귀 감염병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아랍에미리트(UAE), 슬로베니아, 체코공화국에서도 처음 발견되면서 전 세계 18개국으로 확산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UAE 보건예방부는 최근 서아프리카를 다녀온 29세 여성이 원숭이두창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의 대다수가 20~50대 남자였다는 점에서 UAE 사례가 주목된다. 감염병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원숭이 두창을 일으키는 원숭이 마마 바이러스. [사진= 영국 보건안전청(UKHSA) 제공] |
UAE 사례는 중동에서 두 번째 발병이다. 지난 20일 이스라엘 보건부는 서유럽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감염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동유럽 국가 슬로베니아와 체코공화국에서도 각각 1명씩 최초 발병자가 나왔다.
슬로베니아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에 인접한 스페인령의 카나리아제도에서 귀국한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카나리아제도에서는 성소수자 축제가 열렸다.
체코에서는 벨기에의 한 축제를 다녀온 여성 한 명이 귀국 후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이들 신규 감염자의 일부 공통점은 스페인령 제도와 벨기에에서의 대형 파티와 축제다.
WHO 고문인 데이비드 헤이만 박사는 AP에 "최근 원숭이두창 감염자의 급증은 스페인과 벨기에의 파티에서 동성이나 양성애자 남성들끼리의 성적 교류로 전파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원숭이두창은 원숭이 마마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병으로,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거나 기침 등 호흡기 비말로 전파된다. 비록 성행위 자체가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성행위는 밀접한 신체 접촉을 요구한다.
이에 영국 보건안전청(UKHSA)과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성과 양성애자 남성,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기타 남성들'(GBMSM)에 각별한 유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원숭이두창이 '동성애 병'은 아니라고 WHO는 강조한다. UAE와 체코 감염자는 여성이었고, 감염자와 밀접 접촉으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일 영국에서 처음 사례가 보고된 이래 현재까지 세계 18개국에서 최소 17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중 영국에서만 71명이다.
아직 아시아에서는 사례 보고가 없지만 가까운 호주에서도 감염자가 나오면서 유입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주사 놓는 미국 월그린스 근무 약사. 2021.02.11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확진자·밀접 접촉자 21일 격리와 천연두 백신 접종
새로운 전염병 확산이 우려스러운 일부 국가들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벨기에는 지난 22일 세계 최초로 원숭이두창 확진자에 대한 21일 격리를 의무화했다. 원숭이두창의 잠복기는 통상 6~12일이지만 최대 21일까지 다양하다.
영국도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는 21일 격리를 원칙으로 두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은 아닌 강력 권고에 그친다. 또한 영국은 밀접 접촉자에 한해 천연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천연두 백신의 원숭이두창 감염 예방률은 약 85%로 알려져 있다.
독일은 원숭이두창의 대규모 확산을 우려해 천연두 백신인 임바넥스(Imvanex) 4만도스(dose·접종 회분) 주문을 완료했다. 또한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에 대한 21일 격리를 권고했다.
미국도 새로운 바이러스병 전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원숭이 두창에 대한 백신 보급이 필요하다고 판단될시 "즉각 보급할 물량이 충분하다"고 알렸다.
천연두 백신은 생화학 테러 등에 대비해 각국이 어느 정도 비축해놓는 백신이다. 한국 정부도 3500만명 분을 비축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