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밤잠 설치는 노도강 젊은 집주인"
주담대 '7% 시대' 문턱…매맷값 낮춘 매물량 증가
다주택자들 똘똘한 한 채 선호도 심화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 지난해 1월 노원구에 터전을 잡은 신혼부부 직장인 양은지(47)씨는 요즘 대출 금리 인상 뉴스를 접할 때마다 눈앞이 컴컴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양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도봉구에서 6억7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총대출금 4억 3000만원을 동원해 매수했다. 양 씨는 "급등한 집값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 없어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을 모두 끌어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올해 대출 금리가 연 7%에 달할 것이란 이야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가득이나 생활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매달 지출해야 될 대출이자가 120만원 가량인데 대출 이자가 더 오를 경우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까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수세를 주도했던 2030 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이 금리 인상 공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국내 기준금리가 두달 연속 올랐다.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4년 만에 7%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5.20 ymh7536@newspim.com |
◆ 노도강 석 달 사이 매물량 13% 증가
27일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 들어 가속화 되고 있는 금리 상승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이자도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시대 대출을 잔뜩 끌어 집을 산 20~40대 '영끌족'들의 타격이 극심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집값은 3주 연속 0.00% 보합을 유지했다.
이는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 따른 것이다. 강북 14개 구는 0.02% 하락하며 전주 대비 하락 폭이 0.01%포인트 늘었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0.01% 하락했다.
매물도 늘어나고 있다. 이날 기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매물은 지난 2월 1일(6836건) 대비 13.41% 증가한 7753건으로 집계됐다.
노도강 지역은 최근 2년 사이 집 값이 변동이 컸던 지역이다. 당시 9억원 이하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었으나 부동산 광풍 시점과 맞물려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집중됐다.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2030세대의 매입이 49.3%를 차지할 정도로 영끌‧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차기 정부에서 다주택자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재개발, 재건축 정책 기대감은 커지면서 노도강의 매물은 크게 늘었다. 또한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등 세 부담에 따른 매물이 나온 영향도 크다.
아파트 매맷값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지난주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5월 2일 기준)보다 0.01% 내렸다. 4월 둘째주(11일 기준) 보합세로 들어선 지 5주 만의 하락 전환이다.
서울의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상승에서 보합으로 전환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지난주 15주 만에 상승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예고 영향으로 매물이 증가하고 관망세가 계속되면서 다시 주춤해졌다.
강북권역(14개구)은 지난주보다 0.01% 내렸다. 중구(-0.02%)는 중소형 단지, 노원구(-0.02%)·성동구(-0.01%)는 대단지 위주로 매물이 적체되며 강북 전체가 하락 전환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5.20 ymh7536@newspim.com |
◆ 매물 증가에 매맷값 낮추는 집주들이 늘어나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하면서 집값을 낮추는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84㎡(1층)는 지난3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면적 같은 층 주택은 지난해 8월 11억3000만원의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지만 6개월 만에 1억8000만원의 가격이 조정됐다.
해당 단지의 호가는 11억~11억5000만원에 형성됐고 실 거래가격 협의는 11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부 급매 물량은 10억5000만원에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호가는 11억원 이상에 형성됐지만 사실 이 가격에 거래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공인중개업소는 없다"라며 "일부 급매는 5월말까지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10억5000만원에 나왔고 타입별로 1~2개 물량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패닉바잉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것과 비교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매수세가 뜨거웠던 노도강의 거래량은 반토막났다. 지난해 노도강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6602건으로 전년 보다(1만 5213건) 56.60%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해 56.54%나 줄어들었다.
◆ 다주택자 노도강 팔고 강남 '똘똘한 한 채' 선호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계속되면서 강남·서초보다 노·도·강 등 외곽 지역 매물이 더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완화와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매물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양도세 중과 일시 유예로 다주택자들이 노도강 지역에 아파트를 처분 소유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강남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들의 재건축 단지의 매물이 시장에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전 정부가 과도한 세율을 책정하면서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보유주택 중 자산성이 떨어지는 것들에 대한 매물을 처분하고 있다"며 "반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는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도 매물 증가에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이 대출 금리는 계속해서 올리면서 수억원에 달하는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매물을 내놓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영끌로 내 집 마련을 서둘렀던 2030세대와 저금리 상황에서 겨우겨우 버티던 있지만, 국책은행이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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