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보수, 외부용역 계약...임박한 일정 조정 어려워
"빨리 끝내면 좋겠지만...안전·환경 영향 밀접 신중해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탄산 공급 부족으로 '탄산 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급자인 정유·석화업계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탄산은 석유화학제품 제조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된다. 하지만 최근 정유·석화업체들이 정부에서 2~5년마다 실시하도록 한 공장 정기보수 작업에 돌입하면서 결과적으로 탄산 생산량이 감소한 때문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최근 탄산 부족으로 인해 관련 업계가 생산 차질에 직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수=뉴스핌] 박우훈 기자 = 여수국가산단 전경 [사진=여수시] 2020.08.21 wh7112@newspim.com |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3∼6월 공장 정기보수에 돌입, 공장 가동을 줄이면서 부산물인 탄산 발생량이 크게 감소해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탄산은 음료 등 식품뿐 아니라 반도체, 철강, 조선, 의료, 폐수처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원료다.
연합회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소 제조 시 나프타 대신 천연가스를 이용하게 돼 이로 인해 탄산 발생량이 5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국내 탄산 생산능력은 월 8만3000t(톤)에서 이달 2만4470t, 다음 달 1만5430t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식품을 택배로 보내는 과정에서 필요한 드라이아이스의 수요가 늘고, 여름철을 맞아 탄산음료 소비가 증가한 부분도 영향을 주고 있다. 탄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급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석화업계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정기보수 일정은 수년 전부터 정해둔 것이며, 부산물인 탄산 공급을 위해 안전과 환경을 위한 정기보수를 미루거나 공장 가동률을 높여 탄산을 생산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기보수는 통상 연초 외부 용역업체와 계약해 맡긴다. 해당 업체가 대산, 여수, 울산 등 각 산업단지 내 기업들을 순차적으로 돌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일정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기보수는 산업관련법에 따라 안전과 환경을 위해 공장마다 2~5년마다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일정을 정해둔다"면서 "대산산업단지, 여수산업단지 등 각 산업단지 내 기업들을 한두달씩 돌면서 정기보수를 진행하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 일정을 변경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탄산은 공장 가동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것인데, 부산물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장 가동을 늘릴 수 없다"면서 "최근 석화업은 시황이 안 좋지만 정유업은 최대 호황기임에도 정기보수를 위해 매출 타격을 감수하고 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보수는 환경과 안전을 위해 상당한 인력과 장비를 사전에 세팅하고, 투입하는 것"이라면서 "빨리 끝내면 좋겠지만 공장의 안전과 환경을 위해 정기보수를 충실히 잘해야 하는 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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