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하루 전 부랴부랴 차관 인사 단행
전문성·안정성 강조하나 조직정비 의미
검찰식 문화 속 공직사회 경직화 우려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장관자리가 공석인 채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하루 전 부랴부랴 차관 임명에 나서며 정부 조직의 공회전을 막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전문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관료 중심으로 발탁이 됐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들 중 상당수가 부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첫 출발부터 삐걱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 출범 하루 전 15개 부처 차관 임명…장관 후보자 다수 부적격 판정
지난 9일 윤석열 정부의 차관 인사가 단행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 운영에 공백을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15개 부처 차관을 임명한 것이다.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게 되는 안덕근 교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통 관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외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민간 출신을 들여 적응기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게 새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2.05.10 photo@newspim.com |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재 청문일정도 다 마무리되지 않았을 뿐더러 총리와 장관 자리를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내각 공회전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차관 인사가 단행된 것"이라며 "이 시기에 먼저 정부 부처를 관리해야 하는 만큼 관련 전문성이 우선적으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내부에서도 차관 인사에 대해서는 상당히 반기는 눈치다. 예측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에는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중기부 차관직에 올랐다. 재난지원금, 손실보상 등을 모두 맡아온 경험이 있다보니 2차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안정적인 집행이 기대된다.
중기부 한 관계자는 "중기부에서는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한 차관 임명이 이뤄진 만큼 직원들 역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내부적으로 소통이 원활해 맡은 업무에도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8개 정부부처 가운데 법무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제외하고 차관직 인사가 마무리됐으나 여전히 정부조직에 대한 외부 평가는 좋지 않다.
장관 후보자 중 상당수가 부적격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정의당의 일명 '데스노트'가 대표적이다. 데스노트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의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고위공직 후보자가 낙마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붙여진 별칭이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 3일 자진 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도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의당의 데스노트 이외에도 다른 후보자들 역시 각종 의혹이 차고 넘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대거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겉으론 차관 전문성·안정성 강조…조직 길들이기 우려도
윤석열 정부가 먼저 차관 인사에 나선 데는 정부 조직의 공회전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다고 하나 일각에서는 조직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부적으로 평이 좋은 인사들이 포진되면서 일단 조직 내 불협화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부적격 평가를 받는 장관이 취임하더라도 차관들에게는 내부 조직 정비에 대한 임무가 떨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2.05.10 photo@newspim.com |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내부에서는 차관 인사에 대해 불만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부처 최종 결정은 장관의 권한이다보니 차관을 봐서는 불평을 하기는 어렵게 된 듯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조직의 '상명하복'식 분위기가 상당부분 조성되면서 반론 제기의 가능성을 일축했다는 평가도 들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문고리권력이 검찰 출신으로 채워진 마당에 공직사회는 전통적인 검찰식 분위기에 사로잡힐 듯하다"며 "다양한 반론과 토론을 통해 정책의 바른 방향을 잡아가야 할 문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이 일단 민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긴 하나 자칫 공직사회가 경직되면서 도전적인 과제를 뒷전으로 내몰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는 하다"며 "여러 위기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공무원이 오히려 본인의 위치만을 지키고자 한다면 국가는 도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