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협상 완료…톤당 평균 120만원 넘을 듯
[서울=뉴스핌] 박준형 기자 = 철강사와 조선사가 선박용 후판 가격의 톤(t)당 평균 10만원 인상에 합의했다. 양측은 그간 후판 가격 인상폭을 두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으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을 무시할 수 없어 전격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최근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과 올 상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타결했다. 양측은 후판 가격을 톤당 평균 10만원 수준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평균 120만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불과 2년 만에 2배 오르는 것이다. 후판 가격은 2020년 톤당 평균 60만원에서 지난해 톤당 평균 11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용광로 작업 모습 <사진=뉴스핌DB> |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그간 후판 가격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상반기와 하반기, 1년에 2번 협상을 통해 후판 가격을 조정한다. 상반기 협상은 통상 3월 말~4월 초 마무리되는데 올해는 양측이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예년에 비해 협상이 길어졌다.
철강업계는 최소 10만원 인상을 주장한 반면, 조선업계는 동결 내지 동결 수준의 인상으로 맞섰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라 톤당 평균 10만원 인상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확정된 후판 가격은 올 상반기 이미 공급됐거나 공급할 후판에 일괄 적용된다.
철강업계는 이번 후판 가격 인상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을 다소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원재료와 제품의 가격 차이를 지킬 수밖에 없다.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 입장에선 후판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후판 가격은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한다. 가격을 조금만 인상해도 조선사들은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통상 선박 수주 시 후판 등 자재 가격은 계약 시점 기준으로 계산한다. 선박 건조 기간 동안 후판 가격이 올라도 반영이 힘들어 조선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어쩔 수 없는 (인상하는) 분위기였다. 어쨌든 동결이 아닌 인상인 만큼 조선업계에서는 감내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인상이 소폭이든 대폭이든 부담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jun89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