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깜짝 실적…"철강 제품 가격 인상 불가피"
조선업계, 적자 늪…"과도한 인상 요구, 난감"
[서울=뉴스핌] 박준형 정승원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에 철강과 조선 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반면, 조선업계는 선박용 후판 등 철강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영업손실에 울상을 짓고 있다. 양측의 후판 가격 협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번 주 타결이 예상되는 협상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 1분기 실적은? 철강업계 웃고, 조선업계 울고
2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697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29.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6.2%에서 3.8%p 상승한 10.0%를 기록했다. 동국제강은 1분기 영업이익 205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88.1%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52.7% 늘어난 2조1313억원, 당기순이익은 889.2% 증가한 2726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사진=셔터스톡] |
세아베스틸지주 역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5.9% 증가한 3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포스코는 영업이익 1조1990억원으로 이전 분기에 비해서는 28.3% 줄었으나,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1.7% 늘었다. 포스코는 고로 및 열연 등 주요 설비가 수리에 들어가 생산과 판매가 감소했지만, 해외 법인에서 안정적 실적을 거두면서 선방했다.
철강업계의 역대급 실적은 글로벌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철강 수요 회복 및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철강 제품 가격 상승 덕분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철강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이 급등한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철강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에 반해 조선업계는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발목을 잡혔다.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약 50%인 457만CGT(97척)를 수주하며 중국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수주 호황에도 원자재 가격과 함께 뛰어오른 철강 제품 가격이 실적을 갉아먹은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39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도 293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중공업도 1분기 9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적자 5068억원 대비 81%(4119억원) 개선됐으나 여전히 적자 늪에 허덕였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1분기 4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 후판 가격 협상 역대급 줄다리기…"이번 주 마무리"
철강업계는 향후 전망도 낙관적인 편이다. 철강업계는 인상된 원재료 가격을 제품 가격에 적극 반영시키는 등 수익성 위주 판매 전략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2분기 전방산업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수익성 위주의 판매 전략을 지속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3분기 이후에는 철강 시황 등의 변수를 고려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자동차 강판, 후판의 가격 현실화, 고로의 안정화로 2분기에도 견실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
조선업계도 수주 호황을 발판 삼아 올해 말부터는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주 랠리가 실적으로 반영되는 올 4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2분기부터는 2020년 하반기 이후 늘어난 수주 선박의 건조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했다.
변수는 철강업계와 진행 중인 올 상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 결과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선박 건조 비용의 2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가격을 조금만 인상해도 조선사들은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이 대대적으로 인상될 경우 비용 상승으로 인해 올해도 적자 탈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상 선박 수주 시 후판 등 자재 가격은 계약 시점 기준으로 계산한다. 선박 건조 기간 동안 후판 가격이 올라도 반영이 힘들어 조선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원가 부담에 직결되는 구조라 거기에 대한 사정을 감안해달라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게 있으니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데, 다만 인상 폭을 너무 과도하게 올리면 안 되지 않나. 철강업계가 인상 폭을 너무 크게 잡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철강업계 입장이다. 철강업계 입장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원재료와 제품의 가격 차이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대비해서 제품 판매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사실 영업이익률은 조금 낮은 편"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은 통상 1년에 두 차례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 적용할 가격 협상은 당초 4월 내 타결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길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이번 주 내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 t당 10만원 이상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예년에는 3월 초 정도면 협상이 마무리됐었는데 올해는 생산에 들어가는 모든 원자재 가격이 다 오르는 전무후무한 상황이라 유독 길어지고 있다"며 "서로 하루 이틀만 볼 사이가 아니라 서로 조심하는 것 같은데, 이번 주까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un89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