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5~7월까지 석달 연속 '빅스텝' 가능성
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인상 시기·폭 '신중 모드'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연속 '빅스텝'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놓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에 따라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부실화 문제와 외국인 자금 유출 등 부작용이 표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한은 본관 기자실에서 취임 이후 기자들과 첫 상견례를 갖고 "현재 물가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면서도 "정상화 속도는 향후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상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다음 달 금통위가 예정된 만큼 적절치 않은데, 5월과 7월에 연속으로 계속 올릴지 관련해선 한쪽 방향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인기가 좀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금리 시그널을 줘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낮추는 게 지금까지는 맞다고 본다"며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올라가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발언보다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셈이다.
최근 미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시그널에 한국은행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1일 국제통화기금(IMF)가 주최한 토론회서 다음달 0.5%p(포인트)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5, 6, 7월까지 석달 연속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 미국은 연 0.25~0.50%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행보에 따라 연내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간 금리 역전 때는 국내 자본시장의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반면 미국의 긴축 스텝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186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이 걱정이다. 한은은 최근 8개월 사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나 인상해 0.50%에서 1.50%로 1.00%p 뛰었다. 향후 대출금리의 빠른 인상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
시장에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약 2.00%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일각에선 2.5%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향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반영해 계산한 올해 말 적정 기준금리는 2.5~2.6%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시장에선 한은이 금리인상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이 총재 입장에서는 시장에 공격적인 시그널을 주는 것이 부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