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역량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연구소(MSRA)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중국대학 학생의 인턴 채용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우전대학 학생 게시판과 중국 지식 플랫폼 즈후 등을 따르면 MSRA가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대학과 국방7대학(국방력 강화를 목표로 공산당이 지정한 7개 중점 대학) 및 베이징우전대학 학생에 한해 채용 시 특별한 사유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텐센트뉴스(騰訊新聞)가 19일 보도했다.
MSRA가 국방7대학(국방력 강화를 목표로 공산당이 지정한 7개 중점 대학)과 베이징우전대학 학생의 인턴십 채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 [사진=즈후(知乎)] |
중국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위치한 MSRA는 아시아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됐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미국 본사의 MS연구소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S는 1997년부터 매년 세계 각지에 세워진 연구소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이번 MSRA의 채용 제한은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응해 과학인재 양성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지 매체는 미국 제재의 손길이 기업과 기관을 넘어 학생에게까지 뻗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기술이나 상품과 관련해 자국 기업으로의 수출에 제한을 두기 위해 소위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엔티티리스트(Entity List)를 만들어왔다. 미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해외 기업이나 기관, 개인 등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술과 제품에 대한 수입이 금지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중국 첨단 기술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이후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이나 기관은 지난해 12월 기준 총 611곳에 달했다. 제재 대상은 주로 반도체·5G·인공지능·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 기업 및 기관이다. 한편 리스트에 오른 중국 대학은 중국인민대학과 서안교통대학 등을 비롯한 18곳으로 집계됐다.
베이징 중관춘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아시아(MSRA) 사무실. [사진=바이두] |
앞서 2020년 하얼빈공업대학과 하얼빈공정대학은 미국 상무부가 지정한 블랙리스트에 오른 뒤 공학용 소프트웨어 매트랩(MATLAB)의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하얼빈공업대학은 미사일 개발에 미국 기술을 이용하려 했고 하얼빈공정대학은 군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미국산 물품을 입수하거나 입수를 시도했다는 게 미 상무부 설명이다.
매트랩은 미국 매스웍스(MathWorks)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국방·항공우주·통신·전자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지난 2021년에는 베이징항공항천대학 학생이 아마존 배송지에 학교 주소를 입력했다는 이유로 계정 사용이 중단돼 논란이 일었다. 아마존 측은 정부의 제재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다. 베이징항공항천대학은 2001년 중국 대학 최초로 미국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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