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형 선고한 원심 판결 파기 환송
"동성 간 성행위 혐오 ..이 시대 보편적인 규범 아냐"
다수 대법관 "동성애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동성군인 간 근무시간 외 합의 하에 가진 성행위는 군형법이 규정하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그간 남성 군인 간 성행위를 그 자체 만으로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추행죄를 적용한 대법원 판결이 뒤집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군형법 92조6의 추행 혐의로 기소된 군 간부 A씨와 B씨의 상고심 선고 기일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2021.06.16 pangbin@newspim.com |
군형법 92조의 6은 군인·군무원·사관생도 등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성 군인인 A씨와 B씨는 2016년 9월~2017년 2월 근무시간 외에 영외에 있는 독신자 숙소에서 합의 하에 8회에 걸쳐 성행위를 했다가 군형법 92조의 6이 규정한 '항문성교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군사법원은 A씨 등의 자백에 대한 보강 증거가 없는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되 나머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B씨에게 징역 3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 군사법원은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 기일에서의 쟁점은 근무시간 외에 영외에서 합의 하에 이뤄진 동성 간 성행위가 군형법 92조 6의 '항문성교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되는지였다.
대법원은 현행 군형법 규정을 남성 군인 간의 성 행위 처벌 규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현행 규정은 2013년 개정되면서 남성 간 성행위를 의미하는 계간(鷄姦)에서 항문성교로 변경됐다"며 "계간은 남성 간 성행위 개념을 내포한 반면 항문성교는 성교 행위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추행의 의미)라는 평가는 이 시대의 보편 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직업군인으로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알게 된 사이며 영외의 독신자 숙소에서 근무시간 외에 자발적 합의에 따라 성행위를 했다"며 "의사에 반해 문제가 되거나, 군기를 침해한 사정도 없으므로 군형법 92조의 6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은 "현행 규정은 행위의 강제성이나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제한 없이 남성 군인들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구성 요건을 제한해 해석 할 수 없다"며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뤄진 성행위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은 침해되는 것이므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행위에 관해 그 자체로 처벌 가치가 있는 행위라는 평가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음을 선언해 의의가 있다"며 "별개 의견을 낸 대법관들을 포함해 다수의 대법관들이 오늘날 국내외에서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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